연산동 엄나무 닭개장 - 세숫대야급 양푼에 진한 국물 '닭한마리'온 가족 보양에 그만
메뉴 | 닭개장·닭곰탕 5천 원, 닭발 편육 1만 원, 닭한마리·닭도리탕 1만 8천 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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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 고깃집 | 글쓴이 | 여기부산 |
주소 |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 406-40 | 전화번호 | 051-752-7620 |
영업시간 | 10:00 ~22:00. | 휴무 | 2, 4주 일요일 휴무 |
찾아가는법 | 주차 | ||
등록 및 수정일 | 15-07-09 | 평점/조회수 | 9,730 |
본문
어린 시절 명절이면 늘 시골에 있는 큰집에 갔다. 먼 길 가면서 기대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큰어머니가 해 주시던 닭백숙 요리다. 큰어머니는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 백숙을 끓여 주셨다.
이제 생각해 보니 큰어머니는 피를 잘 못 보는 심성이었던 모양이다. 닭 머리를 물에 넣고 익사시켜 잡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생 똥집(모래주머니)을 받아먹었는데 이게 소문이 나서 한동안 동네에서 놀림을 받았다. 어쨌든 노란 기름이 동동 뜨는 백숙 국물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모른다.
연산동 '엄나무 닭개장'에서 닭 국물을 허겁지겁 들이켜다 돌아가신 큰어머니 생각이 났다. 음식은 추억이라더니….
처음 보는 닭발 편육이 궁금했다. 뾰족한 닭발이 어떻게 편육이 되는 것일까. 평발로 군대 안 간 친구가 축구장에서 날아다니는 것보다 신기했다.
'닭발 편육'이나 '군대 이야기'는 가벼운 안주로 좋다. 편육을 초장에 찍어 머위지에 싸먹었다. 오도독하고 씹히는 소리, 머위의 향긋한 향기, 초장의 달콤한 맛의 삼박자가 즐겁다.
요즘 같은 계절 원기보충하기에 좋은 메뉴가 닭개장과 닭곰탕이다.
닭개장은 소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넣어 육개장처럼 끓였다. 예전부터 영남지방에서 많이 먹었단다. 닭곰탕도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선 커다란 만두까지 들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괜찮은 음식이 5천 원의 착한 가격이다. 밥 말아서 퍼먹으면 기운이 솟을 것 같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닭한마리'였다. 서너 명이 먹기에도 충분한 닭백숙이 거의 세숫대야급 양푼에 담겨 나온다. 진한 닭국물에 청양고추가 칼칼함을 더했다.
얼굴을 박고 정신없이 퍼먹는 모습을 보고 가끔 취재에 따라다녔던 친구가 한마디 한다. "평소에는 따지듯이 묻더니, 오늘은 어째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하느냐"고.
입맛에 딱 맞는 걸 어떡해? 친구야, 오늘은 그냥 즐기련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집안 식구 보양에도 좋겠다. 이렇게 먹고 나서 칼국수 넣으면 닭칼국수다. 웬만한 삼계탕보다 훨씬 낫다.
관절염이나 당뇨에도 효과가 있고 특히 간 해독에 좋은 엄나무가 모든 메뉴에 들었다. 밀양 출신의 이종금 대표가 집에서 먹던 대로 차렸단다. 요즘엔 치킨집은 늘었어도 닭개장이나 닭도리탕 하는 집을 찾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이날 맛을 보지 못한 닭도리탕도 궁금해 주말에 한 번 더 다녀왔다. 닭도리탕은 붉고 진한 국물이 입안에 쩍쩍 붙는다. 닭 무침은 새콤해서 자꾸 손이 간다. 동네에 이런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닭개장·닭곰탕 5천 원, 닭발 편육 1만 원, 닭한마리·닭도리탕 1만 8천 원. 영업시간 10:00 ~22:00. 2, 4주 일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연산동 406-40. 051-752-762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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