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김해 촉석정 -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붕어곰탕 한 그릇 먹으면 쌓인 피로가 확 풀렸다." 학생회장·신문사 보급소장 청와대 사무관·빵 공장 사장 '치열한 인생' 여정 끝에 드론 전문가로 '제2 인생'

메뉴 붕어곰탕 1만 원, 어탕국수 7000원, 메기조림 3만 5000원.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펀부산
주소 대한민국 경상남도 김해시 전하동 520-4 전화번호 055-328-0688
영업시간 휴무
찾아가는법 주차
등록 및 수정일 18-04-12 평점/조회수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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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위 사진은 맑고 고소한 국물이 이색적인 '촉석정'의 붕어곰탕.

 

치열한 인생 여정이었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낸 적이 없었다. 원칙과 신념을 지키려는 지난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드론월드(010-9140-1372)' 정일(52) 대표가 걸어온 반백 년 인생의 길이다.

 
부산에서 사는 그는 회사가 있는 김해 전하로에서 점심을 같이하자고 했다. 붕어곰탕전문점 '촉석정'이라고 했다. '붕어탕'이 아니라 '붕어곰탕'이라고 했다.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붕어곰탕 한 그릇 먹으면  
쌓인 피로가 확 풀렸다." 

학생회장·신문사 보급소장  
청와대 사무관·빵 공장 사장  
'치열한 인생' 여정 끝에  
드론 전문가로 '제2 인생'
 

정 대표는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부산동고등학교를 나왔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일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교회에서 일어났다. 1985년 재수를 할 때 친구와 함께 보수동에 있는 부산중부교회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당시 최성묵 목사 강의를 들었다. 광주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드론월드' 정일 대표가 붕어곰탕을 맛있게 먹고 있다.
정 대표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에 입학했다. 1980년대 대학생들이 다 그랬지만, 그도 교정에서 상영된 이른바 '광주사태' 비디오를 봤다. 다시 충격을 받은 그는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눈썹을 밀어버렸다. 동아리 '전통예술연구회'에 가입하고 학생운동에 헌신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두 차례 총 3년여간 교도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정 대표의 흥미로운 대학 시절 이야기가 뜨거워질 무렵 촉석정 안주인 김위남 씨가 밑반찬을 갖고 왔다. 간소했다. 배추김치, 파김치, 무채나물, 가지볶음, 풋고추가 전부였다. 부추와 방아, 파를 담은 접시 두 개도 나왔다. 

촉석정은 부부가 운영한다. 김 씨와 남편 이호언 씨다. 음식은 딱 3가지다. 붕어곰탕, 어탕국수, 메기조림이다. 부부는 원래 보신탕을 팔았다. 장사는 잘 됐다고 한다. 보신탕을 포기하고 메뉴를 붕어곰탕으로 바꾼 이유가 재미있다. '보신탕 가게를 너무 오래 하면 팔자가 안 좋아진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시댁이 있는 진주에 가서 붕어곰탕을 배웠다. 평소 그곳에서 붕어곰탕을 많이 먹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붕어곰탕을 만드는 요령은 간단하다. 붕어를 손질한 다음 살코기와 뼈만을 솥에 넣어 10시간을 곤다. 여기에 흰콩, 마늘, 생강을 함께 넣는다. 흰콩은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라고 한다. 붕어는 진주 진양호나 합천 등에서 잡은 자연산을 구매한다. 한번 고을 때 붕어 10㎏가량을 넣는데, 그러면 붕어곰탕 40~50그릇이 나온다고 한다.

정 대표가 말을 이었다. 출소했을 때는 세상이 변해 있었다. 그는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있었다. 북한 실상도 드러나고 있었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사 보급소를 4년 동안 운영했고, 광고기획사도 차렸다. 그러다 2000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 지원 모임에서 일하게 됐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한미FTA위원회 청와대사무관으로 2년간 근무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청와대에서 나온 정 대표는 김해로 내려왔다. 건강이 나빴던 장인 등 전 가족이 치료를 위해 먼저 김해에 와 있었다. 그는 2010년 외동시장에서 수제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다. 하루에 500개씩 팔 정도로 '대박'이 터졌다. 

그해 지방선거에 도의원으로 출마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 해여서 '정권 심판론'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하지만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이 식었다. 이른바 진보세력들의 독선적 행태에 넌더리가 난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는 정치에 뛰어드는 대신 '정일식품'이라는 빵 공장을 차렸다. 외동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식 핫도그 빵을 대량 생산해 전국에 팔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는 안정을 찾아 전국의 유명 수제 핫도그 체인점 본사 등에 납품하고 있다.  

안정을 찾은 그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드론이다. 동의대, 동명대에서 200시간 드론 비행 교육을 받아 김해, 함안에 드론교육장을 차렸다. 지금은 드론 제작·교육과 해외 방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진주 진양호 등에서 갓 잡아 온 신선한 붕어.
김 씨가 붕어곰탕 두 그릇을 들고 왔다. 특이한 그릇이 보였다. 묽은 된장이 담겨 있었다. 그냥 된장이 아니라 갈아서 물에 섞은 것이었다. 

정 대표는 "붕어곰탕에 넣어서 간을 맞추는 소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된장에 마늘과 표고버섯을 갈아 넣어 끓였다. 붕어곰탕 맛을 조절하는 데 유용하다. 붕어 비린내도 없애준다"고 덧붙였다.  

붕어곰탕에 부추, 방아, 파를 넣은 뒤 된장 국물을 더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고소한 맛이 짙게 느껴졌다. 정말 붕어로 끓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생선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았다. 다시 보니 들깻가루를 담은 그릇이 놓여 있었다. 김 씨는 들깻가루를 넣어 먹어도 괜찮다고 일러주었다.  
묽은 된장, 들깻가루, 밑반찬 등으로 구성된 붕어곰탕 한 상 차림.
된장은 진주에 사는 시어머니가 직접 만든 재래식 된장을 사용한다고 했다. 간장, 고춧가루 등도 시어머니로부터 공급받는다.  

붕어곰탕은 정말 '곰탕 같은' 국물이었다. 생선 건더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국물뿐이었다. 사전에 설명 없이 국물만 봤다면 이게 생선탕인지 곰탕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 대표는 "빵 공장을 하면서 정말 바빴다.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그때 촉석정에서 붕어곰탕 한 그릇을 먹고 가면 피로가 확 풀렸다. 이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붕어곰탕을 먹고는 팬이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촉석정/경남 김해시 전하로 190. 055-328-0688. 붕어곰탕 1만 원, 어탕국수 7000원, 메기조림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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