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용호동 은송춘천닭갈비 - 고추장 안 쓰고 쌀엿 넣는 게 양념 비법 새벽에 받아 오는 생닭고기 ‘싱싱’

메뉴 뼈 없는 닭갈비(1인분) 1만 1000원
업종 고깃집 글쓴이 펀부산
주소 부산 남구 동명로145번길 96 전화번호 051-624-3617
영업시간 휴무
찾아가는법 주차
등록 및 수정일 20-06-29 평점/조회수 767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본문

은송춘천닭갈비의 대표 메뉴인 ‘뼈 없는 닭갈비’


“용호동에 맛있는 닭갈비 식당이 있습니다. 한 번 가 보시지요.”

 

처음 지인으로부터 이런 추천을 받았을 때 반신반의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닭갈비 맛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편견이 첫 번째였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맛집이라면 이미 소문이 났을 텐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지인의 추천을 거부 못 해 직접 가서 먹어보기로 했다. 지인의 소개는 결코 헛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맛있는 닭갈비가 여기에 있었다니!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샘솟았다.

 

고추장 안 쓰고 쌀엿 넣는 게 양념 비법

새벽에 받아 오는 생닭고기 ‘싱싱’

고구마·양배추·떡 골라 먹는 재미도

토치로 구운 치즈와 닭갈비 환상 ‘케미’

양념 재료 소스로 만든 볶음밥 ‘대미’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찾아갔다가 닭갈비의 정수를 맛보았던 곳은 바로 ‘은송춘천닭갈비(대표 송은호·52)’였다. 알고 보니 이미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한 ‘숨은 맛집’이었다.

 

은송춘천닭갈비를 찾아갔을 때 오후 1시 무렵이었다. 사장은 경기 탓에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이었지만, 손님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송 사장은 “주로 가족 단위 단골손님이 많다”며 “용호동 ‘동네 손님’은 30% 미만”이라고 했다. 대개 해운대나 수영구 남천동, 대연동 등에서 미리 맛 소문을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부부가 들어왔다. 연애할 때부터 이곳의 단골이었는데,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했다.

 

 

은송춘천닭갈비의 치즈가 들어간 닭갈비.
▲ 은송춘천닭갈비의 치즈가 들어간 닭갈비.

 

송 사장은 1997년부터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스파게티와 일식도 만들어 봤다. 용호동에 간 것은 2007년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2년 쉰 뒤 닭갈비 식당을 열었다. 4년 전에는 현재 위치로 옮겼다. 그는 강원도 춘천 등의 유명 닭갈빗집을 돌아다니며 직접 음식을 먹으면서 재료, 맛 등을 연구했다. 닭갈비에서 가장 중요한 양념 비법을 개발하기 위해 고춧가루 400㎏은 족히 내다 버렸다. 그 결과 지금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양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다는 ‘뼈 없는 닭갈비’를 주문했다. 송 사장이 직접 닭갈비를 볶아주었다. 다 익은 닭갈비는 싱싱한 생고기를 사용한 듯 부드러웠다. 닭고기는 새벽에 받아온다고 했다. 그 고기로 닭갈비를 만드니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떡도 적당히 잘 익어 맛있었다.

 

양념은 적당히 매콤한 게 먹기에 편하고 깔끔했다. 사장이 그 비법을 일러주었다. 양념에는 고추장을 넣지 않고 고춧가루만 넣는다고 했다. 그래야 깔끔한 맛이 난다는 것이었다. 

은송춘천닭갈비 양념장 재료 가운데 고춧가루 비율은 무려 70%다. 여기에 쌀엿을 넣는다. 깊은 맛을 내는 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 카레 가루, 마늘, 생강, 후추, 간장 등도 더한다.

 

닭갈비에는 닭고기 외에 고구마, 양배추, 떡, 부추가 들어 있었다. 파를 넣었더니 향이 너무 강해 닭갈비 원래 맛을 저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추로 대체했다는 게 송 사장의 설명이다.

 

메뉴판에 ‘모짜렐라 자연치즈’라는 게 적혀 있다. 저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송 사장이 주문하면 ‘재미있는 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는 잘게 자른 치즈를 갖고 왔다. 닭갈비를 가지런히 정돈하더니 그 위에 치즈를 골고루 뿌렸다.

 

송 사장은 이어 부탄가스를 연결한 토치 불로 치즈를 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한 불로 굽다 나중에는 화력을 높였다. 서서히 노랗게 변하던 치즈와 그 아래 깔린 닭갈비는 급기야 피자처럼 변했다. 닭갈비를 주걱으로 들어 올리자 치즈가 길게 늘어졌다.

 

양념이 밴 닭갈비를 치즈로 싸서 먹어보았다. 고소하고 매콤한 맛이었다. 닭고기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은근히 피자 맛도 느껴졌다. 이번에는 고구마와 채소를 각각 치즈로 싸서 먹었다. 고구마를 싼 치즈가 가장 입맛에 맞았다. 닭고기, 고구마 중에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송춘천닭갈비의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볶음밥.
▲ 은송춘천닭갈비의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볶음밥.

 

닭갈비를 다 먹은 뒤 별미는 역시 볶음밥이다. 이곳에서도 남은 닭갈비 재료로 볶음밥을 만들어 준다. 송 사장이 빨간색 국물이 든 페트병을 들고 온다. 닭갈비 양념을 희석한 소스라고 한다. 밥에 뿌려 볶는 데 쓴다. 양념이 맛있어서인지 볶음밥 맛도 독특했다.

 

 

은송춘천닭갈비의 닭갈비 양념.
▲ 은송춘천닭갈비의 닭갈비 양념.

 

송 사장이 빈 식탁에서 독특한 닭갈비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닭갈비는 밑에 깔리고, 위에는 낙지와 소고기 차돌박이, 버섯, 치즈가 덮였다. 바로 모둠 닭갈비다. 10분 뒤에 오겠다고 예약한 손님이 주문한 메뉴라고 한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모둠 닭갈비를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먹어본 맛있는 닭갈비의 풍미를 입에 가득 담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당 문을 나섰다.

 

 

은송춘천닭갈비의 낙지와 소고기 차돌박이가 든 ‘모둠 닭갈비’.
▲ 은송춘천닭갈비의 낙지와 소고기 차돌박이가 든 ‘모둠 닭갈비’.

 

▶은송춘천닭갈비/부산 남구 동명로145번길 96. 051-624-3617. 뼈 없는 닭갈비(1인분) 1만 1000원, 모듬닭갈비(1인분) 1만 8000원, 모짜렐라 자연치즈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총 0건 / 최대 200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