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미성버섯수제비 - '진하고 구수한 국물' 들깨수제비

메뉴 버섯수제비/해물수제비(4,500원), 찹쌀수제비(5,000원), 콩지짐(4,000원), 갈비탕(5,000원)
업종 분식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동래구 온천2동 750-64 전화번호 051-555-2265
영업시간 11:00~21:00 휴무 연중무휴
찾아가는법 동래 롯데백화점 주차장 입구 건너편 골목 안
주차 가능
등록 및 수정일 11-11-24 평점/조회수 5 / 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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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부산대 후문 '개구멍집' 했던 아지매의 들깨수제비

수제비를 타이틀로 내 건 음식점은 왜 보기 힘들까? 기실 수제비를 맛볼라치면 대부분은 칼국숫집을 찾아야 합니다. 보통 칼국숫집에서 수제비를 곁들여 하거든요. 그래서 아쉽다 했더니 어느 지인이 롯데백화점 동래점과 동래 럭키아파트 사이 골목들을 잘 찾아보라 했습니다. 수제비를 타이틀로 내건 집이 있다는 겁니다.

찾아가 봤지요. 어렵사리 찾았습니다. '미성버섯수제비'(051-555-2265·부산 동래구 온천2동 750의 64). '칼국숫집'이 아닌 '수제빗집'이었습니다. 주인 박봉숙(57) 씨에게 물었습니다. 왜 칼국수가 아니고 수제비냐고? 별 희한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더군요. "그냥 수제비가 좋았어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흔히 칼국숫집에서 칼국수 만드는 반죽으로 수제비도 내는데, 칼국수 반죽하고 수제비 반죽하고는 달라야 해요. 칼국수는 좀 퍽퍽하지만 수제비는 훨씬 차지고 쫀득해야 하거든. 난 칼국수보다 수제비가 좋아요."

전날 과음했다고 하니, 박 씨는 속풀이에 좋을 거라며 들깨수제비를 권했습니다. 들깨가 들어간 수제비의 국물은 뽀얀 게 향이 진하면서 구수했습니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게 심심하니 편하게 들어갔습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진 수제비는 차지고 탱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깨가 있어 한 그릇이면 속이 꽉 찹니다.

반죽의 비법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박 씨는 "수제비 하나에 무슨 비법"이라며, 그런 거 없다고 했습니다. 단지 직접 손으로 반죽해 두어 시간 정도 숙성시킨 것으로 손님이 오면 바로 내 끓인답니다. 주로 아침에 반죽해놓는데, 점심 때면 대부분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하루에 두세 차례 반죽해야 한다네요. 반죽할 때 손에 들러붙지 말라고 식용유 한 방울 떨어뜨려, 그리고 소금으로 간해 반죽할 뿐이랍니다.

"어떤 집에서는 반죽할 때 전지분유 같은 걸 넣기도 한답니다. 그럼 맛이 좀더 부드러워진다나요? 난 그런 거 몰라요. 할 줄도 모르고. 있는 그대로 정성껏 치대면 그만이지. 육수도 별 다른 거 없어요. 덜큰한 맛 내려 무를 넣고 멸치, 보리새우, 그렇게만 넣습니다. 그렇게만 해도 손님들은 맛있다 그러는데 뭘."

결국 손맛이란 얘기인데, 가만 듣다 보니 박 씨, 참 살갑습니다. 잡수실 만하냐, 필요한 건 없냐, 모자라면 말씀하시라…. 무엇보다 배고파하는 건 못보겠다 합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1980년대 부산대 후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식집을 했답니다. '개구멍집'이라고, 15년 정도 학생들에게 라면도 끓여 팔고 김치비빔밥도 만들어 팔고 그랬답니다.

"그때 부산대 다닌 학생들 중에 날 알아보는 사람 꽤 될 겁니다. 부산대 후문에 '개구멍집'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때 부산대 도서관 옆 쪽문을 개구멍이라 했거든. 볶음밥이든 시래깃국이든, 멀리서 유학 와서 배고픈 학생들이 해 달라는 대로 해줬지. 그때 학생들 참 착했어요. 대부분 농촌 학생들이고 하니까, 용돈 받아오면 나한테 맡기고 그랬어. 술 먹고 써 버린다고. 그런 시절이었어요. 라면 한 그릇에 250원, 밥 한 끼 500원, 찌짐 팔면 200원. 외상으로 떼인 돈도 제법 됐지 아마. 그땐 주면 받고 안 주면 못 받고 그랬어요. 다 어려운 학생들이었으니. 그래도 생각하면 장사 잘됐던 때라."

박씨의 넉넉한 손맛은 그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콩지짐도 권하기에 먹어봤습니다. 보통은 비지로 만드는데, 자기는 콩을 갈아서 부친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자꾸 났습니다.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 봅니다. "잘 드셔 줘서 고맙네요. 자랑이 아니라, 밥맛 없거나 힘없고 아플 때, 우리집 와서 들깨수제비하고 이 콩지짐 드시면 속이 뜨셔지며 확 풀릴 겁니다. 자주 오세요."

이 집 수제비는 여럿 있는데 4천500~5천 원 정도 합니다. 콩지짐은 따로 4천 원 받습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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