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홍차왕자 - 부산 최초의 홍차 전문 카페

메뉴 홍차(4,500~5,500원), 허브차(4,500~5,500원)
업종 커피점/빵집/기타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서구 동대신동2가 423-4 전화번호 051-247-6267
영업시간 12:00~23:00 휴무 연중무휴
찾아가는법 동대신동 지하철역 5번출구 바로 옆 주차 불가
등록 및 수정일 11-12-09 평점/조회수 2 /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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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홍차

카페 '홍차왕자'가 전하는 맛과 향

홍차가 영어로 '레드 티(red tea)'가 아니라 '블랙 티(black tea)'라는 사실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불그레하니 맑은 그 빛깔을 시커멓다고 하다니! 코 크고 눈 파란 그네들 색감이 영 '꽝'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 저녁 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지는 요즘 따끈한 홍차 한 잔이 간절해진다. 코끝이 상큼해지는 향과 혀끝이 묵직해지는 떫은 맛. 무엇보다, 잘 만든 홍차를 마시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렇게 잘 만든 홍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니 홍차 좀 안다는 어떤 이가 '홍차왕자'에 한 번 가보라 했다. 2001년에 문을 열었는데, 홍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로선 부산에서 제일 먼저 생긴 집이라 했다. 그만큼 질 좋은 홍차를 확보하고 있고, 또 홍차 우리는 공력도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 따로 또 같이 만들어 가는 홍차

홍차왕자. 어디서 들어 봤다. 야마다 난페이라는 일본 만화작가의 대표작 제목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 12시, 하얀 찻잔 속의 플레인티를 달에 비추고 은수저로 저어서 한 모금 마십니다. 그러면 홍차 요정이 당신의 사랑을 이루어줍니다.' 만화 속 그 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홍차 마니아가 꽤 생겨났다.

찻집 '홍차왕자'는 부산 서대신동 성당 정문 앞, 주택가 좁은 골목길 한쪽에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화려한 시내 대형 찻집이나 전망 좋은 바닷가 커피집과는 분위기 참 다르다. 유럽 시골 농가 분위기? 조용하고, 작고, 예쁘게, 그렇게 있다. 1945년 무렵에 지어졌다는 오래된 한옥의 한편을 따로 떼 내 찻집으로 꾸몄다.

그런데 이 집, '서대신점'이란다. 서대신점이라니! 처음 문을 연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서대신점 주인 안정국(33) 씨, 올해 초에 자신이 인수했단다. 이전 주인은 신혜련(44) 씨인데, 인테리어 사업을 따로 하는 이로, 동대신동 사무실 옆에 찻집을 따로 내 '본점'으로 있다. 서대신점에서 걸어서 5분? 10분? 부산도시철도 동대신동역 5번 출구에서 부산터널 쪽으로 100m 쯤에 역시 아담하게 있다. 그럼 프랜차이즈?

엄격한 의미에서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찻집 이름을 같이 쓰면서 홍차의 맛과 품질, 기법, 정보 등을 교류하는 관계. 약간의 역할 차이가 있는데, 둘 다 찻집으로 운영되지만 본점은 홍차 제품과 티웨어(차 도구)를 파는데, 서대신점은 앉아서 차 마시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홍차왕자'가 보유하고 있는 홍차는 40여 종. 신 씨는 부산에는 이만한 홍차를 갖고 있는 집이 아마 없을 거라 자신했다. 그 중 워낙 고가이거나 귀한 것들은 빼고 절반쯤인 20여 종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알고서 찾아오는 단골들에겐 어쩔 수 없이 아끼는 홍차를 내기도 하지만….

# 홍차는 떫다?

가을 햇살이 가볍게 내려앉은 날 신 씨, 안 씨 두 사람과 함께 서대신점에 앉았다. 먼저 물었다. "홍차, 떫어서 싫다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은가?"

두 사람 함께 주방으로 가더니 한참 있다 뭔가 내온다. 하얀 잔에 거품이 부드럽게 얹힌 차. 밀크티였다. 카푸치노보다 달고 부드럽기 때문에 홍차를 잘 모르는 손님들에겐 우선 밀크티를 권한다 했다. 한 모금. 단맛 가운데 산뜻한 차 맛이 엷게 비쳤다. 아이들도 좋아할 만하겠다.

보통 영국식 밀크티는 우린 홍차에 우유를 덧붓는 식인데, 안 씨는 차 4g, 물 30g, 우유 200g을 같이 끓였다고 했다. 오랜 경험상 차와 물, 우유의 그 비율이 '골든룰'이라 했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차맛이 은은히 나타나는 최적의 배합이란 것이다. 들어간 차는 스리랑카산 고급 홍차인 딤불라. 딤불라 외에도 손님들이 어떤 종류든 차를 선택해 밀크티로 만들어 달라면 만들어 준다. "홍차를 안좋아하는 분들도 밀크티를 자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달지 않고 우유도 안들어간 홍차를 찾게 됩니다."

신 씨는 녹차 맛에 익숙하다면 다르질링이 편할 거라 했다. 다르질링은 인도 콜카타 북부 고산지대의 한 곳. 히말라야의 기운을 머금은 홍차가 만들어지는데, 지명을 따 홍차 이름이 다르질링이다. 머스케틀이라 불리는 특유의 포도향으로 유명하다. 꽤 비싸다. 신 씨가 내온 다르질링 홍차는 샴페인 빛깔이 났고, 머리가 확 맑아지게 하는 향이 났다. 에그 타르트와 머핀을 곁들여 내왔는데, 다르질링의 부드러운 맛에 잘 어울렸다.

점심 때나 오후에 출출하다면? 두 사람은 얼그레이차를 권했다. 얼그레이는 19세기 영국 수상이었던 그레이 백작이 애용했던 차로 중국산 차에 산뜻한 베르가모트 향을 입힌 것이다. 오렌지빛깔이 좋은 것으로 샌드위치를 곁들여 마시면 좋다 한다. 얼그레이 말고도 달콤한 애프터눈 홍차도 간단한 식사에 어울린다고. 애프터눈 홍차는 특히 '홍차는 떫다'는 인식을 떨쳐 버리게 하는, 일종의 기본이 되는 맛을 보여준다.

좀 강렬한 홍차는 없을까, 했더니 안 씨가 랍상소총이라는 홍차를 내왔다. 중국 푸젠성 전래의 홍차. 어두운 주황색의 빛깔. 향부터 범상치 않다. 나무를 태운 듯한 훈연향이 강하다. 기실, 랍상소총은 소나무를 태워 차를 만들기 때문에 그런 향이 난다. 특유의 훈연향은 일종의 약 냄새 비슷한데, 첫맛은 싸하면서 뒷맛은 입안을 시원케하는 청량감이 오래 남았다. 신 씨는 술 먹고 난 뒤나, 배가 아플 때 이 랍상소총을 즐겨 마신다 했다. 즉효라 했다. 매력이 강한 홍차!

겨울엔 크리스마스 홍차! 말린 과일향이랄까, 알싸하고 세련된 맛이다. 향이 강해 막힌 코도 순간에 펑! 뚫리는 느낌. 향도 향이지만 사람 몸을 굉장히 생각하는 홍차다. 비염에 좋고, 기관지염에도 좋다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 줘 겨울에 약해진 몸을 보해주는 역할도 한다. 크리스마스 홍차라는 로맨틱한 이름에 사람 몸에도 좋다하니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때 꼭 마셔볼 일이겠다.

요컨대 홍차는 단순한 차가 아니란 거다. 전 세계 홍차는 종류만 100여 가지, 차를 만드는 기법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떫은 맛에서 달콤한 맛까지, 쌉쌀한 느낌에서 부드러운 느낌까지. 안 씨는 "마시면 마실수록 그 맛을 알게 되는가 싶으면서도 그 깊고 넓은 세계에 당혹하게 되는 게 홍차"라 했다. 신 씨는 "사람마다 홍차에 대한 맛의 기준이 다 다른데, 여러 홍차를 맛보고 그 기준을 스스로 잘 찾아보라" 했다.

#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길, 홍차

"12년 전인가? 눈 내리는 겨울, 서울에 출장갔다가 우연히 홍차 시음회하는 걸 봤어요. 위타드 오리지널 홍차라는 걸 맛봤는데, 그 맛에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도 그때 느낌이 생생해요. 그렇게 맛있는 차는 처음이었어요. 부산에 돌아와선 그 홍차를 찾아 다녔지요. 없어. 호텔 커피숍을 훑었는데도 못찾았어요. 에이, 그럼 내가 구해와 만들어보자, 그리 된 겁니다." 신 씨가 '홍차왕자'를 연 데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안 씨는 어릴 때 부친이 중국의 기문차 등 외국산 홍차를 자주 사왔단다. 그 맛에 아련한 추억이 있었으나, 그 맛을 보여주는 찻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홍차왕자'를 '발견'했다.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가 차 한 잔 달라 해 마셔 보고는 바로 단골이 됐는데, 올해 초 어쩌다 신 씨가 자리를 옮겨야 되는 사정에 있음을 알고는 자기에게 넘겨 달라고 청했던 것이다.

그는 홍차를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주는 길, 혹은 문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신 씨도 맞장구쳤다. "여기(서대신점)서 열아홉, 스무살 때 아르바이트 하던 아이가 애기 데리고 차 마시러 왔을 때, 이 장사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와서 차 마시며 공부하던 여고생이 대학 가서 제대로된 직장 가지고 있다가 한 번씩 놀러 오면 그게 또 굉장히 좋았어요. '홍차왕자'를 통한 지난 10년의 세월이 저한텐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일단 홍차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아 보시라. 그럼 그 깊고 다양한 매력에 흠뻑 빠져 들 것이니! 두 사람의 말은 결국 그런 뜻이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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