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잭슨 - 싱글몰트 위스키 150여종 갖춘 부산 1호 몰트 바

메뉴 한 병에 16만(글렌그렌트)∼160만원(맥캘란 30년산). 샷(잔술) 1만∼30만 원
업종 술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241-34 전화번호 051-807-8001
영업시간 19:30~05:00 휴무 연중 무휴
찾아가는법 서면 1번가 피자헛 골목 안 지하 1층
주차 주차불가
등록 및 수정일 11-11-29 평점/조회수 5 / 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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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싱글몰트 위스키 이야기다.

지난해 블렌디드 위스키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10.9%나 늘었다. 심지어 이마트까지 지난 15일부터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과 '발베니' 판매에 나섰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 그동안 대형마트에서는 판매하기가 힘들었다.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것이 채 10년도 되지 않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2005년 이후 5년 만에 2.5배나 성장했다. 도수 높은 독주(毒酒)가 외면당하고, 위스키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싱글몰트 위스키가 '뜨는' 이유가 뭘까.

한 위스키 수입사 측은 "싱글몰트 위스키는 값이 비싼데도 마니아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폭탄주로 대표되던 술자리가 술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접대해서 고주망태로 만드는 음주문화 대신 맛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150여종 갖춘 부산 1호 몰트 바 '잭슨'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월에 문을 연 서면의 몰트 바 '잭슨'을 찾았다. 2007년에 세상을 뜬 전설적인 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가수 마이클 잭슨과 동명이인)의 이름을 땄단다. 이곳에는 구비해 놓은 싱글몰트 위스키만 150여 종. 가게에 있는 술만 해도 1억여 원어치에 달한다.

대개 우리나라에는 10종 이상의 위스키를 비치한 바를 찾기 힘들고, 호텔 바에도 50종 이상이 있는 곳이 드물다. 변두리 지역의 바도 60∼70종의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술 애호가로서 참 아쉬운 대목.

'잭슨'의 주윤조(37) 대표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이 성장세라지만 부산에는 아직은 시장성이 없다. 하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를 좋아하고, 앞으로 가능성도 있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해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부친이 외항선을 오래 타 집안의 장롱에는 늘 양주와 양담배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싯적부터 관심을 가지고 즐겨오다 어느 날 술의 맛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위스키협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조주기능사 자격이 있는 경력자들을 바텐더로 채용해 가게를 꾸몄다.

바텐더가 그렇게 중요할까. 세상에는 절대로 손님을 배신해서 안 되는 두 가지 일이 있단다. 의사나 약사가 그렇고, 또 다른 일이 바텐더이다. 약도 독도 될 수 있는 것을 팔아서 그렇다. 술을 권해서 취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텐더가 아니다.

'잭슨'을 처음 찾은 날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에서 나온 아일레이 몰트 위스키를 마시기로 했다. 아일레이와 위스키는 늘 붙어 다닌다. 아일레이는 바이킹 언어로 '술의 섬'을 의미하는 엘르 섬에서 유래했다.

먼저 부드러운 '보모어(BOWMORE)'부터 시작했다. 무난한 맛이다. 아일레이 사람들은 바다에서 방금 건져 올린 생굴에 보모어를 끼얹어 먹는다. 그들처럼 껍데기 속에 남은 굴 즙과 위스키가 섞인 국물도 쭈욱 마셔보고 싶다.

두 번째 선수는 '아드벡(ARDBEG)' 10년산. 알싸하고 감칠맛이 난다. 어찌 보면 소독약 같은 냄새다. 미국의 금주령 시절에 아예 소독약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한다. 개성이 무척이나 강한 술이다.

바텐더 허장행 씨가 덩어리 얼음을 칼로 깎아서 공 모양을 만드는 아이스 카빙을 시연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여의주(?)도 만든단다. 영하 40도 이하로 급랭한 얼음은 아주 천천히 녹아 술맛을 최대한 살린다.

'라프로익(LAPHROAIG)' 한 잔에 이 얼음을 담갔더니 술자리에 금세 격조가 생겼다. 라프로익은 진한 피트 향과 감미로움, 상쾌함, 매끄러움 같은 다양한 개성을 가져 말러의 교향곡에 비유된다. 라프로익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 본다.

술맛을 몰라도, 혹은 입맛에 안 맞아도 상관이 없다. 전 세계의 위스키는 3천여 종인데 이 가운데 90%가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이 중 10여 종밖에 모른다. 다양한 위스키 가운데 입맛에 맞는 술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좋다. '잭슨'에서는 원하는 모든 싱글몰트 위스키를 잔술로 마실 수 있어서 더 좋다.

마무리는 '위스키 성지여행'이란 책까지 낸 싱글몰트 위스키 마니아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부탁한다. 하루키가 아일레이 섬 주민에게 블렌디드 위스키는 안 마시느냐고 물었다. 상대방은 어이없어하며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려는 순간에 텔레비전 재방송 프로그램을 틀겠소"라고 반문했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세계에는 와인처럼 퍼스낼리티라는 것이 존재한다.

한 병에 16만(글렌그렌트)∼160만원(맥캘란 30년산). 샷(잔술) 1만∼30만 원. 새우튀김 등 안주류 1만 5천∼2만 원. 영업시간 오후 7시 30분∼오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241의 34. 서면 1번가 피자헛 골목 안 지하 1층. 051-807-8001.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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