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빠리쟝 베이커리 - 매일 신선한 빵과 과자

메뉴 팥빵, 건강빵, 우리밀 빵
업종 커피점/빵집/기타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동래구 복천동 326-31 전화번호 051-555-5326
영업시간 08:00~23:00 휴무 설, 추석 당일
찾아가는법 동래구청 앞 주차 주차불가
등록 및 수정일 11-10-24 평점/조회수 5 / 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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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 빵을 올려야 된다." "안 된다, 딴 건 다 양보해도 이건 양보 못한다." "동생이 양보해야지" "아니다, 형이 양보해라."

이게 무슨 소란인가? 쌍둥이 형제인 윤우섭(36·빠리쟝베이커리), 하섭(씨트론베이커리)씨가 경북 청도의 고향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놓고 벌이는 소동이다. 3분 차이로 태어난 이들 형제는 둘 다 맛좋기로 유명한 부산의 빵집에서 일하는 제과기능장. "어려서도 그렇게 싸우더니 이젠 제물 가지고도 싸우냐?" 돌아가신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혀를 차실까, 아니면 자식농사 잘 지었다고 흐뭇하게 미소 지으실까?

그런데 제사상에 빵을 올린다는 이야기는 난생 처음 듣는다. "옛날에 양과자는 고급음식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식들이 직접 만든 음식이니…." 이들 형제의 삼촌이 나서서 하는 이야기이다. 제과점을 하던 삼촌이 이들 쌍둥이 형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한번 일을 배워보라고 권유한 게 '빵의 세계'에 빠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참, 지난해 형에 앞서 결혼한 동생 하섭씨의 부인이 역시 부산의 유명 빵집 루반도르 출신이니 그야말로 빵냄새 풀풀 나는 '빵집 가족'인 셈이다.

쌍둥이지만 형은 형이다. 제빵도 형이 딱 하루 먼저 시작했다. "우리 형제 중 한 명은 다른 길로 가려고 했는데 둘 다 적성에 맞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사정상 형제를 따로따로 만났지만 이구동성이다. 부산 동래구 복천동 빠리쟝베이커리와 동래구 온천동 씨트론베이커리는 걸어서 1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심심하면 서로 놀러 가기도 한다.

쌍둥이라서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엇! 저쪽 집에서 일하던 분인데…." 가까운 거리라서 두 집을 다 가는 손님들이 이렇게 헷갈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과협회 회의가 있을 때 모르는 사람이 형제 중의 한 사람을 잘못 알고 인사를 해도 일단 알은척해야 한다. 손님들이 이들 제과기능장이 쌍둥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형제가 신기하게도 두 집 빵을 다 맛있게 만들고 있네요"라며 격려해 줄 땐 어깨가 으쓱해진다. 형과 동생을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형 우섭씨는 "동생이 조금 더 잘생겼어요"라고 말한다. 뭐, 기자가 볼 때는 거기서 거기이고, 형이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다.

"형아, 이 빵 맛있네. 레시피 좀 알려줘!" 예전에 딱 한 번 하섭씨가 형 우섭씨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형의 대답은 "NO"였다. 형제간에 치사하게 왜 'NO'라고 거절했느냐고 묻자 "나중에 사업하려면 자생 능력이 있어야 하거든요"라는 속 깊은 형의 대답이 돌아왔다. 쌍둥이 형제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형 우섭씨는 털털하고 둥글둥글한 반면에 동생 하섭씨는 다소 내성적이다. 그래서인지 우섭씨는 빵에 자신이 있고, 하섭씨는 과자나 케이크에 더 자신이 있다. 우섭씨는 "예전에는 남들에게 멋진 걸 보여주려는 생각에 케이크가 좋았는데 지금은 구수한 빵이 더 좋다"고 말한다. 하섭씨는 케이크나 과자의 색깔과 모양에 신경 쓰는 게 지금도 좋다.

이들은 매일 서로에게 전화하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만나서 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신제품을 개발하면 당연히 서로를 가장 먼저 찾는다. 서로 맛있다고 하면 진짜 맛있는 것이고,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보강하라고 서로 충고한다.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이자 제빵업계의 실력자여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2006년 10월에는 형제가 나란히 제과기능장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들은 조금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각종 제빵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고 다니는 '쌍둥이 검객'으로 알려져 있다. 우섭씨는 2005년 12회 서울국제빵과자 경연대회 최우수상, 하섭씨는 2003년도 대한제과협회 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양쪽 제과점 사장들은 "형제 둘 다, 참 열심히 빵을 만든다"고 칭찬했다.

쌍둥이 제과기능장 형제의 꿈은 뭘까? "세계대회에 출전해 한국 빵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죠." 한국 제빵업계의 쌍둥이 검객이 세계를 휩쓸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동래구청 앞에 위치한 빠리쟝베이커리는 1991년 문을 열었다. 빵 맛이 좋기로 소문난 빠리쟝베이커리에는 전국의 제과제빵업계 사람들이 견학을 온다. 조명원 대표는 직원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해외연수도 적극 지원한다. 그래서인지 이직률이 높은 제빵업계에서 드물게 직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7년이나 된다. 조 대표는 "빵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래럭키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씨트론베이커리는 지난 1990년에 출발했다. 씨트론에서는 구운 과자와 초콜릿, 케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역시 제과기능장으로 한국제과기능장협회 수석부회장인 이호영 대표가 맛을 직접 관리해 20년 단골이 계속 오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초콜릿의 세계'를 비롯해 '구운과자의 세계', '양과자의 세계, '빵의 세계' 등 관련 서적들을 공저로 계속 발행하고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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