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월송정상계탕 - 상황버섯 삼계탕 전문점

메뉴 상계탕(13,000원), 한방상계탕(15,000원), 임자탕(6,000원), 황태구이(10,000원)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금정구 두구동 송정리 547-5 전화번호 051-508-3343
영업시간 12:00~21:00 휴무 매주 월요일
찾아가는법 두구동 홍법사 뒷편
주차 가능
등록 및 수정일 12-07-25 평점/조회수 5 / 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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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삼계탕이 아니라 상계탕!

월송정은 경북 울진에 있는 관동팔경의 하나다. 여기서 '월'은 '달'(月)이 아니고 '넘다'(越)는 뜻이다. 송림 위로 달이 넘어오는 정경을 운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울진이 고향인 조 씨는 삼계탕집 '월송정'에도 그런 운치를 담아내려 애썼다. 곳곳에 글씨요 전각이다. 벽에 걸린 간단한 차림표 글씨도 조 씨의 '작품'이다.

그런데 "삼계탕이 아니라 상계탕(桑鷄湯)"이란다. 여기서 '상'은 상황(桑黃)버섯을 일컬음이다. 상황버섯? 탕의 육수는 닭뼈를 8시간 정도 고아 내는데, 이때 상황버섯을 같이 넣는다. 재배한 상황버섯이 아니라 자연에서 자란 상황버섯이다. 자연산 상황버섯은 항암,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고 한다. 몸을 보하는 것이다. 요리 측면에서도, 닭의 잡내를 잡아준다. 맛이 깨끗해진다.

상황버섯은 북한에서 자란 것이라 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조 씨는 서예를 하면서 전각을 좋아했다. 사서삼경, 법화경 전문을 돌에 새기고 싶었다. 돌 구할 돈이 꽤 필요했다. 중문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을 통해 북한산 상황버섯을 수입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에 화장품 재료로 납품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1990년대 초의 일이다. 문득 상황버섯을 음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는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 서예와 요리는 일맥상통!

"결혼 후 아내보다 부엌에 더 많이 들어갔을 걸요."

조 씨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왔다고 했다. 특히 김장은 아내에게 맡기지 않는다 했다. 젊었을 적부터 요리가 자기하고 맞았단다.

"그런 생각 많이 해 봤습니다. 서예하고 요리하고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예술은, 어떤 것이든, 마음에서 안 나오면 안 되거든요. 음식도 그래요. 요리를 할 때 항상 저는 '읽는다'고 합니다. 혀를 떠나서, 그 맛을 읽어내야 하거든요. 음식에 간할 때, 희한하게도 저는 소금 같은 걸 한 번에 집어 놓으면 그게 딱 맞았어요. 제 자랑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랬어요."

음식점까지 차릴 수준의 요리는 그에게 사모가 되는 양귀모 씨에게 배웠다. 조 씨는 한국 근현대 서예사를 대표하는 여초 김응현(1927~2007) 선생의 문하에서 20여 년 동안 서예를 배웠다. 양 씨는 여초 선생의 부인으로, 요리 솜씨가 좋아 말년의 여초 선생과 함께 강원도 인제로 떠나기 전까지 서울 성북동에서 '동락'이라는 한식집을 운영했다. 조 씨는 그런 양 씨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상황버섯을 요리에 이용하는 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 입맛 돋우는 금빛 방짜유기!

조 씨의 삼계탕, 아니 상계탕은 잡내가 없을 거라는 그의 말 그대로 깔끔하고, 국물이 연갈색으로 맑다. 맛은 약간 쌉싸름한데, 그래서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다. 조 씨는 육수 내는 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거의 반나절을 불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상계탕 외에 한방 상계탕을 별도로 내는데, 찹쌀을 비롯해 대추, 밤, 마늘, 은행, 인삼, 황기 등 13가지 한약재가 들어간다고 했다. 약재에 따른 약내를 없애는 게 맛의 관건.

"그것이, 비밀스러운 주문이 되겠지만 한약재 넣는 배합의 비율이 중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는 전문가분들께, 특히 한의대 교수님들께 자문을 많이 하고 그를 바탕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탕 내는 그릇과 방식이 독특하다. 흔한 뚝배기가 아니라 금빛 방짜유기에 나온다. 유기는 뚝배기에 비해 보온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별도의 화로에 얹혀 나온다. 화로도 방짜유기로 된 것이다. 탕 외에, 일단 이 집의 모든 음식은 방짜유기에 담겨 나온다. 챙! 하고 방짜유기 부딪히는 소리가 그릇의 황금빛과 어울려 맛을 더하는 느낌이다. 방짜유기는 놋쇠를 주물이 아닌 메질(망치질)을 되풀이해 얇게 편 그릇. 멸균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밥 먹는 분위기도 꽤 고급스러워진다.


■ 길 가는 손님 밥 대접이 제일 큰 공덕!

간을 맞추라고 내는 소금은 천일염을 볶은 것이다. 곁들여 나오는 밥은 노란 호박에 쌀을 안쳐 찐 것이다. 밥알에 호박의 기운과 향이 녹아 있다.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를 비롯해 여러 장아찌는 조 씨가 직접 담근 것들이다. 다들 정갈한 맛이다. 닭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임자탕이라고, 도토리수제비를 별도로 낸다. 인삼주 대신 나오는 상황버섯주가 별미다. 진한데도 맑은 갈색의 술. 역시 맛은 씁쓸한데, 은근한 취기가 빨리 오르고 금방 사라진다. 정성을 들여서야 나올 수 있는 음식들이다. 붓 대신 국자 들 때의 심정을 그는 이렇게 밝혔다.

"글씨는 평생에 써 왔다 아닙니까. 그런데, 이날까지 죽 살아 보니, 지금껏 늘 남한테 신세만 지고 살았다 싶은 거예요. 아, 이거 내 몸 움직일 때 뭔가 봉사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들은 바로는, 길 가는 손님에게 밥 대접하는 게 제일 큰 공덕이라 합니다. 아, 마침 내가 좋아하는 거! 한번 해 보자, 그랬던 겁니다."

상계탕 1만 3천 원, 한방상계탕 1만 5천 원. 임자탕 6천 원. 부산 기장군 철마면 철마삼동로 14. 051-508-3343.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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