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해천 - 선어전문 밥집

메뉴 갈치회무침(20,000~30,000원),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사하구 하단2동 533-5 전화번호 051-202-3888
영업시간 17:00~02:00 휴무 명절휴무
찾아가는법 하단역 9번 출구, 본병원 건너편 골목 안쪽 주차 가능
등록 및 수정일 12-10-16 평점/조회수 5 / 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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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바람이 소리도 없이 골목길을 훑고 지나가자, 후드득! 비가 흩뿌린다. 진작 그랬어야 할 것이었다. 해 질 때가 한참 남았는데도 세상은 미리 어둑해졌던 것이다. 막걸리가 당기고 사람이 그리워진다. 문득 떠오른 이, 최원준 시인. 술 좋아하고, 신문이나 잡지에 맛 관련 글을 자주 쓰는 이다. 빗소리를 어떻게 견디고 있느냐고 하니 최 시인, 웃으며 말한다. "막걸리 한잔 해야지."

#1차='해천'…바다 냄새 물씬한 안주, 장난이 아니다!

"요 막걸리식초를 예전엔 우리 어머니들은 '내캉 살자' 식초라 그랬어. 먹다 남은 막걸리를 부뚜막에 놓아두고는 식초를 만들었는데 막걸리가 식초가 되려면 자주 흔들어줘야 되거든. 흔들면서 뭐라면, '내캉 살자 내캉 살자', 주문 외듯이 그런 거야."

부산 사하구 하단의 '해천'에서 갈치 회무침을 먹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비린내 전혀 없이 새큼하고 톡 쏘는 게 신기했던 터에, 주인 감영래(56) 씨는 막걸리식초로 만든다 그러자 최 시인이 그 말을 받은 것이다. 여하튼 갈치 회무침은 부산에선 쉽게 맛보지 못하는 것이다. 순태젓이라고, 갈치 내장으로 만든 젓갈도 때때로 낸다. 감 씨 고향이 경남 남해 미조항이라, 거기서 갈치를 가져온다.

막걸리식초도 고향의 것을 본뜬 것이다. 감 씨가 맛이나 보라며 권하는 식초를 반 숟갈 정도 입에 넣어 보니, 뚜렷이 설명 못할 기분 좋은 향이 화악 퍼진다. 감 씨는 막걸리에도 몇 방울 떨어뜨려 마셔 보라 했다. 그냥의 막걸리와는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이 사라지고 뒷맛이 깔끔해졌다. 감 씨는 "이 막걸리식초가 멸치나 갈치 비늘에 있는 독성을 제거한다"고 했다.

이 집 막걸리 역시 부산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평사리막걸리'라고도 불리는 경남 하동의 '악양막걸리'다. 누룩 향이 솔솔 풍긴다. 감 씨는 물 타지 않은 원액 그대로 가져온다 했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가 시중의 다른 막걸리보다 2~3도 높다. 빨리 취한다. 하지만 빨리 깔끔하게 깬다.

갈치 회무침도 그렇지만 밴댕이젓, 열무김치, 취나물, 목이버섯 무침 등 나오는 안주들이 악양막걸리에 흥을 더한다. 농익거나 잘 삭은 그 안주들은 기실 안주라기보다는 반찬이라 해야 할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해천'은 막걸리집이 아니라 밥집이다. 갈치, 멸치 등 해산물을 비롯해 선어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쌈밥도 잘한다. 다 안주인 김광선 씨의 손에서 나오는 맛깔이다.

반찬? 안주? 여하튼 그런 것이 매일 바뀐다. 전어도 잘 굽고, 운 좋을 때는 잘된 간장게장도 맛보게 된다. "매일 같은 안주는 재미 없지 않으냐?"는 감 씨다. 술 좋아하는 그는 가라앉힌 막걸리 웃물을 떠낸 청주를 권하기도 한다. 구수한 맛이 난다.

갈치 회무침 대 3만 원, 중 2만 원. 부산 사하구 하단2동 533의 5. 하단역 9번 출구, 본병원 건너편 골목 안쪽. 051-202-3888.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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