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푸른산장 - 유황 청둥오리 전문점

메뉴 소금구이(28,000원),양념구이(33,000원),온마리탕(49,000원),한방백숙(49,000원)
업종 고깃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수영구 남천동 45-9 전화번호 051-625-0500
영업시간 09:30~23:00 휴무 연중무휴
찾아가는법 금련산청소년수련원으로 오르는 길 초입
주차 가능
등록 및 수정일 13-01-16 평점/조회수 5 / 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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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오리가 들으면 몹시도 섭섭하게 여기겠다. 닭보다 못하다는 말이니까. 오리가 어때서. 따지자면 옛날에나 통할 말이다. 흙탕물에서 지저분하게 키우는 놈들, 구우면 기름이 반이나 나오는 놈들이니, 영양학적으로 무지했던 옛 사람들이 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밝은 세상에서야 통하지 않을 말이다. 오리는 닭고기에 비해 비타민 성분이 더 많고 콜레스테롤이 적다. '기름 반 고기 반'이라지만 그 기름도 사람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이 대부분이다.

천대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오리는 약용으로 좋다. 옛 사람도 오리에 약효가 있다는 건 얼핏 짐작했다. 동의보감에 이뇨, 해독 작용이 있다고 한 걸 보면. 약효가 있는 놈이라면 그 진액까지 홈빡 빼먹을 일이다. 자연의 청둥오리에 가깝다면 더욱 그러할 일이다. 수능 친 자녀가 있다면 꼭 먹여볼 일이다. 보신도 보신이지만 오리는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새(鳥) 중에 으뜸(甲)이 오리(鴨)니까!

■ 훨씬 부드럽고 먹을 게 있는 교배종 오리

청둥오리는 집오리의 원종이다. 맛과 약효로 본다면 집오리가 대거리할 처지가 못된다. 자연에서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 없이 맘껏 자라는 놈들이니까. 그래서 법이 세상을 그리 깐깐하게 다스리지 않았던 옛날에는 청둥오리로 백숙을 자주 해 먹었다. 백숙도 그냥 백숙이 아니었다. 구할 수 있는 한약재는 죄다 넣고 푹 고았다. 사람 홀리는 맛은 아니지만 구수하고 담백해 먹기 편했다. 고혈압, 중풍, 신경통에 일부러 먹었고, 병후 회복이나 몸에 쌓인 독을 빼내는 데도 자주 먹었다.

청둥오리 백숙이 그렇게 좋다고 하지만, 요즘엔 그림의 떡이다. 천연기념물이라 잡으면 처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궁리했다. 적당히 청둥오리 효과를 볼 수는 없을까. 결론은 자연의 청둥오리와 집오리를 교배해 적당한 종을 생산해 내는 것이었다. 경남 진주나 하동 등지에선 그런 놈들을 사육하는 농장이 제법 된다고 한다. 청둥오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집오리에 비해선 맛이 훨씬 부드럽고 담백하다. 약효도 청둥오리에 근사하다. 무엇보다 크기가 커졌다. 청둥오리 한 마리 해 봐야 겨우 한 주먹 정도밖에 안 되는데, 교배종은 집오리만 한 것이다. 먹을 게 있게 된 것이다.

■ 13가지 한방재료 넣은, 개운한 백숙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푸른산장'은 그런 교배종 오리로 백숙을 끓여내는 집이다. 대추와 밤, 마늘은 물론 인삼, 구기자, 녹각, 오가피, 황기 등 13가지 한방 재료를 곁들여 오리 한 마리를 통으로 삶아 낸다. 50분 이상 푹 끓이는데, 진액이라 할 만치 국물이 진하다. 기본 육수를 쓰기 때문인데, 오리뼈를 넣고 곤다. 국물엔 생각보다 기름기가 적으면서 구수한 맛이 난다. 잡내가 없다. 푹 삶긴 고깃살은 심심할 정도로 많이 담백한데, 졸깃한 느낌으로 씹힌다.

이 집 최형구 대표는 "일반 오리에선 볼 수 없는 식감"이라 했다. 씹는 맛이 육질이 단단한 청둥오리를 닮은 것이란다. 먹으면서 개운하다 느꼈는데, 다 먹고 나니 몸이 가뿐해진 것 같다. 최 대표는 유황 먹은 오리라 그런 느낌이 클 거라 했다. 독 성분이 있는 유황은 가축이나 가금류 중 유일하게 오리만 견뎌낸다. 그 또한 이독제독? 여하튼 유황오리는 해독 능력이 뛰어나단다. 사람 몸의 나쁜 기운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지는 것이다.

백숙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 집에선 온마리탕이란 걸 별도로 낸다. 한약재는 넣지 않고 오리를 탕으로 얼큰하게 끓여내는 것이다. 맛으로만 본다면 한방백숙보다 자극적이라 먹기 수월하다.

■ 생고기에 투명한 간장 양념, 고소한 구이

구이로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한다. 양념구이가 독특하다. 흔히 오리 양념구이는 고추장 양념을 진하게 해서 강한 맛을 낸다. 하지만 이 집 양념구이의 양념은 투명해서 생살이 그대로 보인다. 간장을 기본으로 하는 소스의 양념이란다. 최 대표는 "육질에 자신이 있어 가능한 양념구이"라 했다.

냉동, 혹은 질 떨어지는 오리 고깃살은 시간이 지나면, 마치 껍질 깎은 사과처럼, 색이 꺼멓게 변한다. 진한 양념은 그걸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말이다. 하지만 냉동이 아닌 질 좋은 생육은 색이 변하는 정도가 훨씬 덜하다. 진한 양념으로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간장 양념은 그래서 가능한 것인데, 구워 먹어 보면 텁텁한 고추장 양념과 달리 맛이 깔끔하고 깊이가 있다.

고소한 맛도 더한데, 숯불에 직화로 굽기 때문이다. 고추장 양념은 직화로 굽지 못하고 밑이 막힌 불판에 굽는다. 하지만 이 집 간장 양념구이는 밑에 구멍 숭숭한 석쇠로 구워 불길이 바로 닿는다. 더 고소한 이유다.

소금구이 2만 8천 원, 양념구이 3만 3천 원, 온마리탕 4만 9천 원, 한방백숙 4만 9천 원. 다 2인 기준의 가격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45의 9. 금련산청소년수련원으로 오르는 길 초입. 051-625-0500.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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