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이하정 꽃게정식 - 사람이 만든 맛 대신 자연 그대로의 맛 일품

메뉴 특게장정식(연평도암꽃게) 2만 원, 간장새우(대하장)정식·간장문어숙회정식 각각 1만 원, 간장게장·양념게장정식 각각 7천 원. 포장 가능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수영구 광안동 120의 269 전화번호 051-909-6100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휴무 매월 1째주 월요일
찾아가는법 한서병원 도로 건너편 골목 주차 불가
등록 및 수정일 13-10-24 평점/조회수 5 / 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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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간장게장을 즐기지만 '밥도둑'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면 왠지 마음이 복잡해진다. "너무 짜니까 밥을 우걱우걱 밀어넣을 수 밖에!" 간장과 조미료로 요란하게 맛을 내지 않았을까? 먹고 난 뒤 겪어야 하는 대책 없는 포만감과 입안의 텁텁함도 '밥도둑'이란 표현을 마뜩하지 않게 생각하게 된 요인이다.

하지만 가을 꽃게철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살을 발라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럴땐 어쩔 도리 없이 믿을 수 있는 엄마표 꽃게 요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하정 꽃게정식'은 나이가 쉰이 넘도록 주부로만 살던 이하정(51) 사장이 지난해 4월 본인의 이름을 걸고 차린 가게다. "이름에 누가 되지 않는 음식을 내겠다는 다짐으로 이름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그 실천이 일체의 조미료는 물론 설탕과 소금조차 쓰지 않는 '착한 음식'을 내는 것이다. 골목상권이지만 이런 정성이 알음알음 알려져 멀리서도 찾는 단골이 꽤 늘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연평도산 암꽃게를 재료로 쓰는 특게장정식. 시중에서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산분해간장을 절대 쓰지 않고 전통 조선간장만 쓴다. 게장에 들어간 천연간장에는 방부제나 조미료와 같은 '사람이 만들어 낸 맛'이 없다는 것이 이 사장의 자부심이다. 짠맛, 단맛으로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으니 수더분하고 그윽한 맛이 난다. '밥을 훔칠' 필요 없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이 간장게장의 미덕이다.

이 집에서는 대하장과 돌게장, 양념게장도 갖춰 내는데 이 밖에 특이한 메뉴가 간장문어숙회장이다.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보적인 창작메뉴다.

서울에서 즐기는 간장낙지장, 간장전복장을 구현하려 시도했는데 값이 비싸 서민들이 즐기기 어렵고 보관도 까다로워 벽에 부딪혔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낙지, 전복은 되는데 문어는 왜 안되나?" 부산경남에서 즐기는 문어숙회를 활용해 보자는 생각에 문어숙회를 간장에 담았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밥 반찬은 물론 술 안주로 인기라 마니아층까지 생겼다고.

동네가게에서 흔한 플라스틱 그릇을 쓰지 않는 것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밑반찬류는 도자기에, 게장은 방짜유기에 정갈하게 담아내니 보는 맛부터 깔끔해서 좋다. 처음엔 설거지 하기에도 편한 멜라닌 그릇을 썼는데, 고추장 색이 그릇에 배는 것을 보고는 바로 버렸다고. 그릇은 음식만 담는 게 아니라 마음을 함께 담는 도구가 된다.

늦깎이로 식당을 운영하게 된 이 사장에게 어떤 가게를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다. "집에서 밥상을 차리는 정성이 느껴지는 착한 식당이고 싶습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 120의 269. 한서병원 도로 건너편 골목. 051-909-6100. 특게장정식(연평도암꽃게) 2만 원, 간장새우(대하장)정식·간장문어숙회정식 각각 1만 원, 간장게장·양념게장정식 각각 7천 원. 포장 가능.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블로거 '챨리'(blog.naver.com/lim857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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