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명승숯불갈비 - 흑돼지 오겹살 씹으니 여기가 바로 제주

메뉴 흑돼지 오겹살 150g 1만 1천원, 양념갈비 180g 8천 원, 생갈비·생오겹살 각각 150g 9천 원. 제주고기국수·제주몸국 각각 5천 원, 고사리 2천500원
업종 고깃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수영구 광안2동 146의 33 전화번호 051-756-3155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휴무 2,4주 화요일
찾아가는법 도시철도 광안역 1번 출구 주차 가능
등록 및 수정일 13-10-21 평점/조회수 5 / 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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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제주해녀들이 자맥질로 건져올린 성게. 이 가시 투성이의 성게를 쪼개 속에 든 알로 끓인 것이 성게국이다. 제주도로 이주한 이청리 시인이 올레길을 걸으며 써내려간 시 '해녀식당에서'에서 "성게국 한 그릇으로 제주 반을 마신 것"이라고 했듯이, 한때는 그 갯내음 가득한 국 한 그릇으로 제주를 추억했던 적이 있었다.

각재기국은 또 어떤가. 각재기는 전갱이의 제주 방언이다. 전갱이를 통마리째로 끓여 낸 시래깃국이 비리지도 않고 시원해서 어찌나 신기하던지. 한번 입맛을 들이고 나면 반드시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두툼한 비계 붙은 오겹살에
한라산 고사리·추자도 멸치젓갈
함께 구워먹는 제주식 구이
몸국·고기국수 한입 들면
찬바람에 허한 속도 편안해져

몸국, 보말죽은 아시는가? 각각 모자반국과 고둥죽인데, 제주가 아니면 맛 보기가 어려우니 제주에 가는 걸음이라면 꼭 들러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듯 제주는 육지와 풍광만 다른게 아니라 먹거리에서도 사뭇 큰 차이가 난다. 이 독특한 제주 음식을 부산에서 먹을 수는 없을까? 제주 음식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라면 찾는 곳이 있다. 제주에서 공수하는 흑돼지를 한라산 고사리와 함께 구워먹을 수 있는 곳, 제주의 유채를 꺾어 김치를 담가 내고, 몸국과 고기국수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부산에서 '리틀 제주'라는 별칭이 붙은 수영구 광안동 '명승숯불돼지갈비'에서 제주의 맛을 음미해 봤다.


■제주에선 비계가 많아야!

요즘 '제주 오겹살'을 내세우는 고깃집이 많아졌다. 같은 제주산 생고기라면 거기서 거기 아닌가? 천만에! 흑돼지 오겹살은 그냥 돼지 생갈비 보다 더 비싸고 맛의 차이는 '거대'하다. 흑돼지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육지 사람들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이거 비계가 너무 많은 거 아녜요?"하면서 지청구를 늘어놓기 일쑤란다. 명승숯불돼지갈비의 김승민(49) 사장은 제주 출신으로 부산에 온 지 20년째다. 싼게 비지떡인 것처럼 비계를 대하는 부산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느라 비계의 양을 줄이긴 했지만 한라산 고사리와 추자도 멸치젓갈에 곁들이는 제주식 구이법은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다.

오겹살은 볼륨감에 압도될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내는게 이 집의 특징. 고사리는 제철에 한라산에서 채취한 걸 확보해 저온보관해 놓고 연중 낸다.

맛있게 먹는 법은 이렇다. 고기와 고사리, 젓갈 종지를 불판에서 올려 함께 굽는다. 고기가 노릇하게 구워지면 부드럽게 익은 고사리와 멸치젓갈을 얹어 함께 씹을 것. 유채 김치나 방아잎 장아찌가 입을 가셔주니 질릴 틈이 없다. 연산동의 한우전문점 선정생한우 신종성(55) 사장은 "나도 고깃집 사장이지만 돼지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꼭 이 집만 찾는다"고 했다.

젓갈도 지역별 입맛의 차이가 있다. 제주에선 멸치젓갈이나 자리젓갈을 통마리째로 내어 손님들이 직접 찢어 고기에 곁들여 먹게끔 한다. 이게 부산 손님들 입에는 비렸던지 잘 못 먹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젓갈을 다지고 땡초 같은 부재료 양념을 섞어서 내니 익숙하게 잘 먹는다고.


■제주몸국, 고기국수의 유혹

고기로 배가 불렀지만 몸국과 고기국수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몸은 모자반의 제주 방언. 돼지뼈를 우린 국물에 메밀가루와 몸을 넣고 끓여내는데, 원래 제주에서의 비주얼은 껄쭉한 것이다. 이것을 놓고도 부산사람들이 볼멘소리를 했단다. "꿀꿀이죽 같아요!" 낯설어서 일텐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메밀가루 양을 줄여 조금 묽게 만들었더니 좋아하더란다.

고기국수는 돼지뼈로 육수를 내고 국수 위에 수육으로 고명을 하는 제주식 국수. 부산에서 흔한 소면 보다 약간 두꺼운게 특징이다. 부산의 돼지국밥과 비슷해서인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제주시 삼성혈 앞 거리는 고기국수를 내는 가게들로 빼곡하고 축제까지 열릴 정도로 지역 명물로 부상했다. 제주식 육수는 두 가지인데, 사골만 끓이거나, 멸치와 함께 끓이는 방식이 있다. 명승숯불돼지갈비는 돼지사골만을 24시간 우린 것을 쓴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했던가. 여기까지 제주음식을 잘 먹고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성게국이나 각재기국까지 내시지요?"

한 자리에서 제주 음식을 다 먹어보고 싶은 욕심이었는데, 말을 뱉어놓고는 아차 싶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이 정도 메뉴를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을 터여서다. 대답은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 주인장에게 미안해 얼른 말을 돌렸다. "다음엔 제주식으로 비계가 듬뿍 붙은 오겹살 맛 한번 볼까요? 젓갈은 통마리째로 내 주실수 있으세요?"

※부산 수영구 광안2동 146의 33 도시철도 광안역 1번 출구. 흑돼지 오겹살 150g 1만 1천원, 양념갈비 180g 8천 원, 생갈비·생오겹살 각각 150g 9천 원. 제주고기국수·제주몸국 각각 5천 원, 고사리 2천500원. 오전 11시∼오후 11시. 051-756-3155.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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