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맛집

함흥냉면밀면전문점 - 뜨거운 육수와 찬 육수 함께 나와 비빔면·물냉면 함께 먹는 재미

메뉴 냉면 7천 원, 밀면 6천 원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경남 김해시 부원동 607-18 전화번호 055-322-2068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9시 휴무 여름에는 휴무 없음. 겨울에는 비오는 날 휴무.
찾아가는법 주차 주차불가
등록 및 수정일 14-03-21 평점/조회수 5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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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김해뉴스 기사]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육수 주전자가 주렁주렁 달린 벽 위로 '50년 전통의 함흥냉면 밀면'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굳이 내력을 따지자면 50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집의 윤호인(43) 대표가 장사를 시작한 것은 13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런거 좀 틀린다 해서 '쇠고랑' 차는 거 아니니 굳이 따지지 말기로 하자.
 
함흥냉면을 먹는 첫번째 순서는 육수맛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쇠고기 사골을 우려낸 국물에 간장으로 간을 한 뽀얀 육수는 제법 담백하고 감칠맛이 난다. 뜨거운 육수와 차가운 냉면은 '부조화의 조화'를 이룰 뿐더러, 매운 양념으로 자극받은 입안을 순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면발은 함흥냉면 특유의 질긴 성질을 가지면서도 목넘김이 의외로 부드럽다. 윤 대표에 따르면 고구마전분만 사용했다고 한다. 원래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으로 만들지만 언제부턴가 고구마전분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고명으로는 달걀과 채썬 오이와 배가 올려져 있다. 암만 뒤적여 봐도 명태나 가자미 등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쇠고기 수육 몇 점이 보인다. 요즘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이런 집이 더러 있다. 현지화의 한 과정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함흥냉면은 면과 양념장의 조화를 즐기는 음식이다. 그럼 점에서 봤을 때, 질긴 면발과 자극적인 양념장의 조화가 솔직히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달지 않아서 좋다. 요즘 함흥냉면은 지나치게 단 경향이 있는데 '함흥냉면밀면전문점'은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거북스럽지 않다. 게다가 매콤한 양념장에는 숙성에서 오는 깊은 맛이 있어 젓가락을 더욱 분주하게 한다. 덕분에 함흥냉면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사리까지 추가로 시키고 말았다.
 
'함흥냉면밀면전문점'에서는 뜨거운 육수와 찬 육수 두 가지를 제공한다. 비빔면을 먹다가 물리면 찬 육수를 부어 물냉면을 만들어 드시라는 의도다. 부산에도 가끔 이런 냉면집이 있는데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매우 상징적인 방식이다. 이것이 곧 함흥냉면에서 밀면으로의 변화 과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전분을 구하기 어려우니 구호물자인 밀가루로 면을 만들었고, 먹고 살기도 바쁜 처지에 면 따로 육수를 따로 즐길 여유가 없었으니 합치자! 그래서 나온 것이 밀면이다. 따라서 이 함흥냉면 한그릇은 지난 50년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니 '50년 전통'이라는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함흥냉면을 먹고 윤호인 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양념장에서 느꼈던 깊은 맛의 정체가 궁금했다.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두어 숙성을 시키냐 물었더니 아니란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양념장을 그렇게 오래두면 삭아버리거나 물기가 나와 상할 염려가 있단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날 쓸 양념장을 만든다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맛이 나냐며 재차 물었더니, 한참 뜸을 들인 끝에 작은 접시에 거무티티한 액체를 담아왔다.
 
아주 짜긴 한데 양념장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숙성된 맛이 느껴졌다.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짠땅'이라 부르는 조미료로, 왜 그런 명칭이 붙었는지는 윤 대표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사골육수에 갖은 채소와 계피·감초·미삼, 간장 등을 넣고 3일을 끓여낸 농축 육수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를 6개월 이상 숙성시킨 것이라고 한다. 이 짠땅에 고춧가루, 설탕, 물엿, 양파, 파 등등을 넣으면 그대로 깊은 맛을 내는 양념장이 된다. 뿐만 아니라 찬 육수 역시 이 짠땅을 희석해서 만드다고 한다. 확인차 물을 부었더니 진짜로 찬 육수와 같은 맛이 났다. 음식맛은 장맛이라 했는데 짠땅맛을 보고나니 '함흥냉면밀면전문점' 음식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원조 함흥냉면의 원형과 얼마나 비슷하냐를 떠나, 이 정도 공을 들이는 음식이라면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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