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대남갈비

업종 고깃집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남구 대연동 39-40 전화번호 051-627-2190
등록일 11-12-13 평점/조회수 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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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경성대 건너 한국통신 뒷편에서 대남포차 방향으로 조금 가다 있는 [대남갈비]. 김해 주촌에서 가져오는 돼지고기가 믿을만해서 가끔 찾던 집이다. 그렇게 신뢰하고 가끔 다니던 집인데 왜 여태껏 포스팅을 안했냐고? 먹으러 다니는 집 마다 포스팅하면 송신해서 몬산다. 또 그럴만큼 부지런한 인간도 못된다. 취생몽사란 놈은. 그런데 왜 이제사 포스팅을 하냐고? 최근에서야 이 고기집의 진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김해뉴스 이번 호에는 돼지 갈매기살이 주제였다. 기사를 쓰다 문득 이집이 떠올랐다. 부산서는 드물게 갈매기살주물럭을 오픈 때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평소 김해에서 고기를 받아 오니까 갈매기살주물럭 역시 김해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만약 그러면... 김해의 음식이 부산에 영향을 줬다 뭐 그런식으로 썰을 풀수 있겠다 싶었다. 헌데 웬걸! 이집 사장님 말씀이 두구동의 모모집을 벤치마킹 했단다. 이런 젠장... 삑사리다. 암만 인구 50만인 로컬신문의 객원기자 처지라지만, 구라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사는 포기하고 고기나 먹고 가자며 앉았는데...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대남갈비]만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고기가 맛있는 집. 고기집의 카피치고 이 만큼 확실한게 또 있을까? 올해 서른여덟살인 이집 사장님 이쪽 업계에서 나름 관록이 붙은 축에 속한다. 2003년 근처에서 [벽돌집]이란 고기집으로 처음 업계에 발을 디뎠다. 대충 장사 좀 된다 싶을 때, 권리금 받고 넘긴 다음 정관 신도시로 가서 돼지국밥집을 했다. 그러다 이 동네가 뭐가 그리 땡겼는지 2009년 다시 돌아와 [대남갈비]를 열었다. 올해로 9년째 돼지를 잡고 있는 셈이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를 읇는다 했듯이, 9년차 쯤 되니 칼 솜씨가 제법이다.



갯장어 다루는 솜씨에 비하겠냐 만은...

속도며 간격이며, 이 정도면 얼추 수준급이다.



간장, 설탕, 깨, 후추, 참기름, 마늘. 굳이 비법인양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양념이다. 다만 마늘을 다지지 않고 칼로 일일이 잘게 썰어서 사용하는 정성이 돋보인다. 다들 뭔가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는냥 말씀들 하시지만, 솔직한 얘기로 숯불에 구워먹을 경우, 고기만 좋으면 기본 양념 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거 아닌가? 싶다. 참기름은 원래 짜서 쓰는데, 마침 떨어지는 바람에 슈퍼에서 사왔다며 면구스러워 한다. 그때가 하필 일요일 늦은 밤이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 이실직고하는 까닭은, 이 블로그에는 고기 양념의 땟깔만 보고도 참기름의 품질을 논하는 무시무시한 이웃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섬섬옥수는 아니지만 고기에 칼집을 넣고 재빨리 양념을 만들어 조물딱 거리는 타이밍이 좋다. 모든 것들이 물 흐르듯 순식간에 이뤄지니 고기 특유의 향이 달아 틈도 없고 육질이 물러질 사이도 없다. 나 같으면 비닐장갑 대신 맨손으로 주물러 주는게 더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위생이 제일이라니.



고기 땟깔이 곱다. 예민한 분은 그럴 것이다. 뭐야, 마늘이 저렇게 많아서야 고기맛이나 제대로 느낄 수 있겠어?라고... 허나 성급하게 판단하지 마시라. 앞서 취생몽사군이 마늘을 다지지 않고 썰어서 쓰는 것을 칭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늘을 다져 쓰면 마늘즙이 양념에 강한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썰어서 쓰면 즙이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굽는 과정에 절반 정도는 숯불에 스스로 뛰어 든다. 일부는 연기를 피우며 산화하고, 남은 일부는 고기를 씹는 동안 서걱서걱 씹히면서 독특한 풍미를 낸다. 마늘 하나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음식맛이 달라진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갈비살주물럭 한 판을 올렸다.

숯도 참숯이다. 백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감지덕지다.



고기가 익어가자 마늘이 숯에 뚝뚝 떨어지면서 강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연기가 주체 못할 향을 실어 온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은 [미각의제국]에서 돼지갈비를 두고 간장과 설탕 타는 맛으로 먹는다했다. 잘 이해가 안되실게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읇어 드리면 다음과 같다.

"돼지갈비를 굽게 되면 간장과 설탕이 불에 타면서 내는 향이 제일 강하고 참기름 등의 양념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간장과 설탕이 불에 타면서 내는 향은 들척지근하면서 쩝찌름하다. 간장의 발효 향을 극대화하고 여기에 달콤한 향을 더한 것이라 설명할 수 있겠다. 음식에 장류를 흔히 쓰는 한국인에게 이 강렬한 향은 식욕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맞는 말씀이다. 한국인 치고 이 향을 싫어하는, 혹은 이 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간간한 양념맛에 쥬시한 육즙, 거기다 적당힌 쫄깃 거리는 육질까지 받쳐주니 이게 뭔가 고기 좀 먹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때되면 마늘 쪼가리가 숯에 떨어지면서 치이~~~하는 소리를 내며 연기까지 피워주니 술 분위기 까지 띄우는 셈이다. 고기와 양념이 만나야될 적정선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일본인들도 이 맛에는 한 수 접고 들어와야할 듯 싶다.



하지만 내가 [대남갈비]의 고기맛을 두고 썰을 푼 것은 서론에 불과하다. 진짜 본론은 바로 이 파절이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고 파절이에 파만 쓴 것 만으로도 일단 합격점이다. 그렇다고 파만 들어갔다고 이 난리는 치느냐? 절때로 아니다! 동네 마다, 집집 마다 파를 절이는 양념이 달랐을 것이다.



심지어 취생몽사군은 여지껏 [서초갈비]의 드라이한 파절이를 최고로 쳤다. 고추가루와 옅은 소금 간만을 한, 그래서 파의 식감과 풍미를 유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이 파절이가 최고라 생각했다.



헌데 [대남갈비]의 파절이를 보고는 생각이 쪼끔 달라 졌다. 이 파절이는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파절이의 원형 그 자체다. 뭐가 달라서? 양념이 달라서다. 이집 파절이는 멸치 젓국을 맑게 달여 양념에 사용한다. 아삭아삭한 파를 씹고 나면 은근히 젓갈 내음이 올라 온다. 그 향이 강하지 않아 적당히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이 감칠 맛이 돼지고기랑 찰떡 궁합을 이룬다. 소금구이는 물론이고 양념구이와도 궁합이 쥑인다. 어릴적에 좋다고, 맛있다고 먹었던 파절이가 딱! 요맛이다.



젓국양념을 샐러드에도 사용한다. 봄동이며 치커리가 신선하기도 하거니와 드레싱이 채소 맛을 한층 돋궈준다.



안주인께서 담궜다는 장아찌 또한 탁월하다. 짠맛이며 단맛이 고기맛을 적당히 상승 시키는데 일조한다. 슬슬 맛탱이가 간 영남 모괴기집의 장아찌 보다는 확실히 한 수 위다.



마늘 한 점 올려서 깻잎 장아찌에 고기를 싸 먹으면, 어지간한 명이 보다 낫다. 깻잎 특유의 향이 고기의 기름진 느낌을 한방에 누질러 준다. 그래서 괴기를 마이 묵게 된다.



갈비살로만 만든 돼지갈비 또한 추천할만 하다. 경험은 때로 뜻밖의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양념을 오래하면 무조건 안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이댁 사장님의 지론에 따르면 좀 다르다. 장사를 하면서 숙성 기간과 맛을 비교해 보니까 양념 후 나흘째가 가장 맛있더란다. 이견이야 있겠지만 그게 [대남갈비]의 맛이려니 싶어 인정하고 보니 진짜로 맛있다. 솔직히 이 돼지갈비를 먹고 나서는 근처에 있던 20년 가까운 단골집에 배신을 때려 버렸다. 



[대남갈비]
고기집은 고기만 좋으면 그만이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기본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고기집도 더러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모쪼록 이런 자세가 오래도록 변치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간만에 기사랑 상관 없이 맛집 포스팅 하니까 졸라 신난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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