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엘올리브

업종 양식/부페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동 207-8 전화번호 051-752-7300
등록일 11-12-12 평점/조회수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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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따르릉~~~

(이건 전화가 왔음을 표현하기 위한 의성어다)

 

"행님, 이집 고기 좀 다룰줄 아는데예. 조만간 와인 몇병 썰어야겠습니다."
"그래? 그라몬 미룰거 있나, 당장 멤버들 소집해라."

 

 

요즘 부산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망미동 엘 올리브(El Olive). 건물 신축 당시부터 심상찮은 모양새 때문에 코스트코로 장보러 갈 때 마다 흥미를 가졌던 곳이다. 오픈 전후로 두어번 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지켜보자며 미루던 터였다. 헌데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첩보가 입수됐으니 더이상 뭉그적거릴 이유가 없다.

 

건축설계와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대표가 작정하고 만든 곳이니 공간은 더할나위 없다. 수영강변 길을 다닐 때 마다 이 좋은 입지를 왜 그냥 두나 싶었는데, 어디나 눈 밝은 이는 있기 마련이다. 한국전쟁 통에 군 비행장으로 시작해 민간 비행장으로, 다시 군 비행장과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사용되던 땅이 10년 공사 끝에 최첨단 복합도시로 거듭났다. 강 건너 센텀시티의 역사다. 고층 건물들이 엘올리브를 내려다 보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엘올리브가 센텀시티를 조망하는 격이다. 높고 낮음, 네모꼴과 세모꼴, 콘크리트와 벽돌.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수영강을 사이에 두고 엘올리브는 센텀시티와의 대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 시킨다. 영리한 선택이다. 훌륭한 공간과 탁월한 입지. 이제 남은건 그에 어울리는 음식과 서비스가 제공되는냐는 점이다.

올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한 날. 테라스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하기엔 제격이다.

두 가지 코스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한다. 멤버 전원이 일단 칼질을 시작했으면 피비린내도 맡고,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을 받아야 만족하는 족속들이다. 바닷가재 따위 거들떠도 안본다. 그러니 와인도 항상 레드만 끼고 돈다. 전원 육류요리가 메인인 B코스를 선택.

모처럼 제대로된 테이블 셋팅과 마주하니 벌써부터 식욕이 동한다.

껄떡대는 식욕이나 다스릴 요량으로 빵을 한입 덥석 물었다. 어라~ 제법이다. 섬세한 빵맛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분석하고 평가할 재주는 없다. 다만, 노보텔의 벤타나스 빵이 제일 낫다 생각했는데 순서를 좀 바꿔야할 듯 싶다. 게다가 이 빵은 서곡에 불과했다. 프랑스 르꼬르동블루 출신 김정희 파티시에의 진면목은 디저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엘 올리브라는 이름 값이라도 하듯, 매니저께서 온갖 생색을 다 내며 가져 온 올리브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귀한거라는데 올리브가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다가 한방 먹었다. 올리브를 먹고 맛있다고 생각하긴 처음이다. 밤이 열개쯤 농축된 기름진 맛이다. 와인 보다는 싱글몰트를 비롯한 하드리커 안주로 아주 제격이겠다.

드디어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공간을 넓게 씀으로써 여백을 활용한 연출이 돗보인다.

웬 녹즙이냐 싶었는데 이거 한잔으로 엘올리브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상종가를 쳤다. 루꼴라쥬스다. 루꼴라 특유의 향이 농축되어 있다. 그냥 먹을 때보다 훨씬 풍부한 향이 느껴진다. 대체 얼마나 넣고 쥐어짰길래 이런 맛이 나나 싶다. 레몬즙이 적절히 가미되어 산미도 좋다. 식전에 입맛을 돋구는데는 아주 제격이다. 애피타이저라기 보다는 식전주라 함이 더 어울리는 구성이다.

애피타이저로 많이 사용되는 참치다. 헌데 무스처럼 위에 올린 노리끼리한 녀석의 정체가 놀랍다. 머스터드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다. 찬음식의 장점을 매우 잘 살리고 있다. 서양음식을 먹다보면 이런 즐거움이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쉐프의 창의력과 발상의 전환이 때론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엘올리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탈리안레스토랑 주방에 활어수족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해산물요리에 강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이 쭈꾸미샐러드 역시 방금 전까지 수족관에서 살아 있던 쭈꾸미를 삶은 탓에 식감이 뛰어나다. 수족관 따위 쇼겠거니 했는데 또 한방 맞았다.

토마토 소스의 매콤한 해산물 스프. 그릴에 구운 새우와 관자의 익힘 정도가 절묘하다. 간이 약하고 풍미가 강하지 않은 해산물스프에서 엘올리브 음식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재료 자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소스, 드레싱, 스톡 등이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수준에서 머무른다. 결코 조연이 주연을 치고 나오는 법이 없다. 간이 강한 음식을 선호하는 입맛에는 불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이집 스타일이 아주 마음에 든다.

로제소스의 게불 카사레치아 파스타. 이게 또 엘올리브의 명물 요리란다. 게불을 파스타에 사용하다니 이 또한 놀랍다. 카사레치아의 삶은 정도도 적당하고 꽈베기 사이사이로 소스가 스며들어 씹을 수록 맛이 우러난다. 게불의 식감과 소스와의 어울림도 좋은데 살짝 비린듯한 느낌이다.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니 깔끔하게 정리되기는 해도 못내 아쉽다.

생선요리는 농어구이가 나왔다. 계절감을 잘 살린 선택이다. 신선한 활어를 사용한 탓에 육질이 제법 찰지고 잡내가 전혀 없다. 담백한 생선살이 리코타치즈와 잘 어울린다. 거기에 달콤한 오랜지소스가 자칫 밋밋할 것 같은 맛에 임팩트를 더한다.

레몬즙을 그대로 얼린 레본 셔벳이다.

서양요리 코스를 먹을 땐 이 순간이 가장 즐겁다. 메인요리에 대한 기대 때문에.

오오~ 이런 볼륨감있는 양고기가 얼마만인가! 가니시로 아스파라거스와 죽순을 선택함으로써 계절감을 살린 연출 또한 돗보인다. 스테이크 아래에는 매쉬포테이토와 그릴에 구운 가지 한 조각이 깔려있다.

미디엄레어를 주문했는데 구운 상태가 적당하고 육즙이 아주 쥬시하다. 그레비소스도 나쁘지 않지만 곁들여 나온 스웨덴산 소금에 찍어 먹는 쪽이 고기맛을 즐기기엔 제격이다. 서울 라사브어 이후 가장 흡족한 양갈비스테이크다.

일행이 주문했던 한우 안심스테이크다. 개인적으로 고깃집 주인들이 어디 고길 쓰네, 등급이 어쩌내 하는 말들 전혀 안믿는다. 고객이 느끼기에 맛있기만하면 젖소를 쓰건 황소를 쓰건 뭔 상관이람. 서두에서 전화를 걸었던 정보원은 이 안심스테이크 한입 먹고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역시 믿을만한 정보원이다. 매니저께서 한우 투뿔을 쓴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셨는데, 맛을 보니 구라는 아닌듯 싶다.

와인은 몽투스 05와 바롤로존케라 03을 곁들였다. 몽투스는 뉘댁에서 갈비양념할 때 사용하던거고, 바롤로는 언넘 책상 밑에서 뒹굴던 녀석이다. 뭐... 그렇게 막 굴러먹던 와인들이지만 음식이 워낙 훌륭하니 마리아쥬는 더할나위 없다. 양갈비에 레드와인, 아~ 이 얼마만에 맛보는 천국이더란 말이냐!!

디저트로는 밀라노스타일의 티라미슈가 나왔다. 파티시에의 실력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로 훌륭한 티라미슈다. 티라미슈와 아포가또의 중간쯤 될려나. 농후함, 달콤함, 깔끔함의 삼박자가 얄밉도록 착착 맞아 떨어진다.

훌륭한 코스다.  우선 재료의 신선도와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좋은 재료의 맛을 충분히 끌어내는 조리 솜씨, 계절감을 잘 살린 연출력, 피날레를 장식하는 파티시에의 디저트까지 두루두루 칭찬할만 하다.

식사가 끝난 후, 홀을 책임지고 있는 김상민 매니저의 배려로 업무가 끝난 주방을 살짝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유명한 활어수족관도 확인했다. 바닷가재, 쭈꾸미, 게불, 농어, 광어 등이 수조를 채우고 있었다.


엘 올리브 El Olive

 

굉장히 상징성이 큰 레스토랑이다. 공간과 음식의 퀄리티로 볼 때, 아마도 특급호텔을 제외하고 부산에서 최초로 생긴 월드클래스급의 레스토랑이 아닌가 싶다. 서울 꼴라파스타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재길 쉐프와 르꼬르동블루 출신의 김정희 파티시에 그리고 오페라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김상민 매니저 등 스텝들의 면면 또한 수준급이다. 계절감을 잘 살린 코스 구성 역시 지속적인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너무 칭찬 일색이었나? 몇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우선 홀 스텝들의 접객 솜씨가 아직은 좀 서툴다. 오픈한지 몇 개월이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만도 한데, 레스토랑의 내부 상황과 테이블 전체를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분석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매니저 혼자 바쁘다. 친절은 접객의 시작일뿐 완성이 아니다. 이건 스텝의 자질 문제일 수도 있고 매니저가 너무 앞서나간 탓일 수도 있다. 차츰차츰 다듬어지길 기대해 본다.
두번째는 주방스텝과 코스트의 문제다. 현재의 코스 구성은 엘올리브만의 개성을 잘 살린, 어쩌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성까지도 아우르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높은 수준이 문제다. 서울을 두고 부산행을 택한 스텝들이 과연 언제까지 정착해 줄지, 그리고 암만봐도 가격대비 코스트가 높아 보이는 현재의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해 줄지가 관건이다. 모쪼록 오지랖 넓은 호식가(好食家)의 기우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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