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돌고래순두부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중구 신창동2가 12-2 전화번호 051-246-1825
등록일 11-12-12 평점/조회수 2,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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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9월 30일자 부산일보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김종열 기자가 쓴 이 기사는 [매콤 달콤 신선... 외국인 사로잡은 부산의 맛]이란 제목으로 론니 플래닛에 소개된 부산의 맛집들을 다루고 있었다. 백패커들의 바이블과도 마찬가지인 론니플래닛, 수 많은 여행객들의 제보와 평가로 만들어지는 이 여행가드북에서 소개하는 부산의 음식점들은 대체 어떤 곳들인지 우선 궁금했다.

 

개미집, 금수복국, 돌고래, 동래할매파전, 범태손짜장, 스시모리, 포도청, 할매재첩국, B&C 베이커리 등 모두 아홉 곳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산 토박이로서 아쉬운 감이 없진 않으나 여행자는 여행자 나름의 입장이란게 있는 탓에 이러쿵 저러쿵 입댈 문제는 아닌듯 싶다. 기사는 그 가운데서 범태손짜장, 돌고래, 개미집 등 세곳을 소개했다.

 

범태손짜장이야 서식지 근처에 있어 가끔 맛을 본다. 개미집이야 그 집 아니라도 천지로 낚지볶음집이 있는 까닭에 패스. 헌데 돌고래순두부 만큼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돌고래순두부, 이 얼마나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이름인가 싶었다. 중학교 때부터 참 열심히도 먹으러 다녔던 집이다. 고등학교 때는 보충수업까지 땡땡이치며 이집 문지방을 넘었다. 그만큼 그 집 음식 맛에 인이 박혔고, 그만큼 추억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추억은 뭐니뭐니해도 무전취식이다. 네다섯 명이 우르르 몰려가 배불리 먹은 다음 한명씩 자리를 떴고 마지막에 남은 인간은 잡혀서 계산을 하거나 최대한 신속하게 자리를 뜨거나 도박을 감행해야했다. 워낙 장사도 잘되고 그만큼 복잡했던 탓에 암만 생각해봐도 잡혔던 기억은 없다. 공소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났고, 공짜로 먹은 밥값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을 치뤘기에 겁도 없이 밝힌다.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던 집을 한순간에 발을 끊었다. 근처에서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조금 더 양질의 음식을 내는 순두부찌개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때부터 이 지랄맞은 식성은 잉태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21년. 벼르고 벼르던 차에 혼자서 돌고래를 갔다. 21년 만의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그 복잡한 골목길을 한번도 헤메지 않고 찾을걸 보면 인이 박혀도 어지간히 박힌듯 싶다. 2층으로 오르는 입구에서부터 실내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표나게 바뀐게 없다. 20여년 전부터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듯 옛 모습 그대로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쉰다.

 

 

사진출처 : 연우의 해가 지는 자리 ( http://blog.naver.com/adsjyw/32502079 )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변함 없이 일식 삼찬이다.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찌개에 냉면 그릇에 담긴 밥 한 그릇, 거기에 김치, 냉국, 어묵볶음이 전부다. 구성만 변함 없는게 아니라 맛 또한 변함 없다. 달라진게 있다면 내 입맛과 식성이다. 딱히 깊은 맛은 없지만 나 이래뵈도 순두부찌개라구!라며 항변하듯 솔직한 맛이다. 이 집의 히트상품인 김치는 지금 보니 살짝 뜨악스럽다. 뭔 놈에 양념을 이리도 떡칠을 했나 싶다. 감미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탓에 달다구리한 맛이 일품이다. 간간히 풍겨오는 젓갈 냄새가 또한 식욕을 자극한다. 시뻘건 어묵볶음 또한 엄청 매워 보이지만 실상은 단맛이 지배적이다. 전형적인 내유외강형이다. 매운 음식에 지친 혀를 달래라고 나온 냉국 역시 달기는 마찬가지다. 매콤달콤에 새콤달콤, 단맛의 페레이드가 이어진다. 일관성 하나 만큼은 끝내준다.

 

헌데 놀라운 사실은 그 음식들을 비우는 속도와 게걸스러움이다. 평소 섭취량 보다 1.5배쯤 담긴 밥은 물론이고 순두부찌개에 김치까지 남김 없이 비워 버렸다. 바닥을 드러낸 그릇들을 보며 스스로 놀랬다. 이따위 음식을 이렇게 정신 없이 먹어치운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음식에 대해, 재료에 대해, 맛에 대해 제 아무리 설래발을 쳐봐야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세상 그 어떤 맛도, 주관도 경험과 추억을 뛰어 넘을 수는 법이다. 그래서 돌고래는 추억이 있어 맛있는 음식점이다.

 

평소 보다 짜게 먹은탓에 물을 몇 컵이나 마셨지만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순두부찌개 하나 먹겠다고 혼자서 그 골목길을 걷는 동안에도 웃음이 나왔고, 변함 없는 그 모습을 보고도 웃음이 나왔으며, 음식은 먹는 동안에도 쉴새 없이 웃음이 나왔다. 3,500원 짜리 음식이 주는 즐거움 치고는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돌고래, 가끔 아주 가끔은 찾고 싶은 밥집이다. 이집 순두부찌개는 밀면에 이어 두번째로 부산의 맛있는 불량식품 반열에 올려 놓을만 하다. 불량이란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라. 세상 살아가다보면 불량이 주는 기쁨이 더 클 때도 있는 법이다. 모쪼록 앞으로 20년 후에도 지금 모습 그대로, 지금의 맛 그대로 지켜가 주시길 바랄 따름이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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