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호타루

업종 일식/횟집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수영구 남천동 3-58 전화번호 051-703-4692
등록일 11-12-13 평점/조회수 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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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3년 전에 [부산의 일본라멘집]이라는 약간은 도발적인 글을 올렸었다. 이 포스팅 덕분에 욕 좀 얻어 먹었다. 시비를 걸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어떤 라멘집 주인장은 장문의 안부글을 통해 혼신의 힘을 다해 라멘을 만드노라 하소연했다. 그분의 혼신을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그집 라멘 맛은 내 기준으로 볼 때 꽝이다.

 

외국 음식을 평가하는 나의 기준은 아주 간단 명료하다.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에 얼마나 충실한가만 따진다. 원형이 제대로 구현된 다음에야 변형도, 현지화도 가능하다. 어설프게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는 따위의 수식어는 변명에 불과하다. 원형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서 폼은 또 드럽게 잡는다. 나는 이런 사이비(혹은 얼치기) 권위주의가 질색이다.

 

[부산의 일본라멘집]의 주제는 라멘집이라면 적어도 호타루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는가!였다. 해운대구 좌동 신도시에 있던 대여섯평 남짓한 작은 가게인 호타루의 돈코츠라멘은 내가 아는한 부산에서 가장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한 라멘이었다. 때마침 집이랑 가까워 야식으로 종종 애용했다. 취생몽사군 보다 더 입맛이 까다로운 맥공주 조차도 호타루의 라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자주 먹지는 못했다. 어떤 날은 재료가 떨어져서, 어떤 날은 자리가 없어서 튕기는 경우가 많았고 그에 따라 찾는 횟수도 점점 줄어 들었다.

 

그랬던 호타루가 며칠전 광안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무엇보다 라멘 맛이 궁금해 멀리 의정부에서 오신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갔다. 가게는 전보다 훨씬 넓어 졌고, 심플한 인테리어 또한 편안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주방이 넓어진 것이 반가웠다. 저 정도 주방이면 이제 뭔가 좀 제대로된 맛을 내겠구나 싶었다. 

 

돈코츠라멘은 전보다 한층 완성된 맛이었다. 해운대 호타루 시절 주인장께서는 원하는 맛의 80% 밖에 내지 못한다고 했다. 내 보기에 이번엔 그 부족했던 20%를 충실히 보강한 것으로 느껴졌다. 새 가게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주인장께서는 서울의 유명 라멘집을 돌아 보시고는 반성 좀 했다고 한다. 그때 80%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을 60%에 불과했노라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도로 80%다. 하지만 이번의 80%는 전과는 분명 다른 80%다.

 

일단 기본 육수가 달라졌다. 색이 변한 것으로 보아 육수를 내는 방법 자체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정통 하카타스타일 보다는 동경스타일에 가깝다. 하지만 요즘 후쿠오카의 신흥 명문들 역시 이런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 [잇푸도라멘]의 육수와 비슷하다(어찌나 반갑던지...). 거기다 세아부라(背脂)를 사용하는 방식 또한 진일보 했다. 세아부라(背脂)란 돼지고기 등부분에 있는 지방으로 라멘 국물에 잘 녹아서 일본 라멘에는 필수 재료가 된다. 이걸 잘못쓰면 기름지고 느끼하지만 잘만 쓰면 국물에 훌륭한 볼륨감을 준다. 돈코츠 특유의 농후한 풍미가 살아있고 골격이 단단한데다 볼륨감까지 받쳐주니 더할나위 없다. 거기다 호타루에서 직접 만든 쇼유가 가미되어 한층 진한 맛이 난다. 반숙계란이나 차슈야 전부터 완성도가 높았기에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자기혁신이란 수식어를 붙이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진일보한 라멘이다. 전에는 돈코츠라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는 라멘이었다면, 이제는 [잇푸도]를 대체할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라멘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야키도리나 안주도 퀄리티는 물론이거니와 종류 또한 늘었다. 좁은 공간에서 발휘하지 못했던 능력을 원 없이 발휘에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앞으로 부산의 라멘집이나 이자카야 업계의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시작이 이정도니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기대가 크다.



 

이날 함께했던 술은 쿠보타 헤키쥬(久保田 碧壽). 센쥬나 만쥬는 마셔봤지만 헤키쥬는 처음이었다. 맛은 담백하면서도 쌔끈한 향이 짠~하고 올라온다. 처음 마시는 술인데 왠지 익숙하고 반가운 느낌이다. 나중에서야 그 원인을 알았다. 헤키쥬는 쿠보타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야마하이(山廃)사케였다. 야마하이란 사케를 주조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취생몽사군이 가장 좋아하는 텡구마이(天狗舞)가 바로 이 방식으로 주조된다.

(야마하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landy.blog.me/120047077259 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주인장께서 서비스로 내어준 안주다. 꼴뚜기젓갈인가 싶었는데 호타루이카라고 한다. 호타루이카는 우리 말로 불똥꼴뚜기라고 한다. 일본 도야마현(富山県)에서 주로 잡히는데, 살아 있을 때 호타루 처럼 반짝반짝 빛을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타루]와는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안주인 셈이다. 모양도 잘 잡혀있고, 무엇보다 한점으로 오징어 한마리를 통째로 먹는듯 진하고 농후한 맛이 일품이다. 젓갈류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쫙쫙 달라붙는데다가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호타루, 지금도 흠잡을 데 없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라멘집이자 이자카야다. 그동안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헤매이던 처량한 신세가 조금은 구원을 받는 듯한 느낌이다.

 

소바는 면옥향천, 라멘은 호타루. 뭐 이정도면 취생몽사군 같은 인간이 일본 면요리에 대한 갈증을 풀기에는 적당하다. 남은건 탄탄멘과 우동인데... 탄탄멘은 아직 기약이 없지만, 우동의 경우에는 올 겨울쯤 반가운 소식이 들릴 것도 같다. (기밀을 누설하면 안되는 관계로 이쯤에서...^^) 

 

-위치 : 광안리 파파이스에서 바닷가쪽으로 가는 방향에 있다. 선수들의 경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다케다야 아랫층이다.

 

 

*요즘은 일본음식만 먹었다 하면, 예전 [화수목]의 이수헌 사장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어 오른다. 하도 답답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최근에 포항에 새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포항 죽도동 교보빌딩 근처에 있는 백경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팬들 몇명 모아서 방문을 한번 할까 싶다. 이수헌 사장의 손맛이 그리운 분들은 "요~요~ 다 붙어라!"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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