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엘올리브

업종 양식/부페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동 207-8 전화번호 051-752-7300
등록일 11-12-13 평점/조회수 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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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정확히 1년 만에 엘올리브를 다시 찾았다. 음식점을 찾는 이유야 당연히 식사가 목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우선 작년 이맘때 엘올리브를 처음 찾고 나서 쓴 포스팅의 결론을 한번 살펴보자.

홀 스텝들의 접객 솜씨가 아직은 좀 서툴다. 오픈한지 몇 개월이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만도 한데, 레스토랑의 내부 상황과 테이블 전체를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분석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매니저 혼자 바쁘다. 친절은 접객의 시작일뿐 완성이 아니다. 이건 스텝의 자질 문제일 수도 있고 매니저가 너무 앞서나간 탓일 수도 있다. 차츰차츰 다듬어지길 기대해 본다.
두번째는 주방스텝과 코스트의 문제다. 현재의 코스 구성은 엘올리브만의 개성을 잘 살린, 어쩌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성까지도 아우르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높은 수준이 문제다. 서울을 두고 부산행을 택한 스텝들이 과연 언제까지 정착해 줄지, 그리고 암만봐도 가격 대비 코스트가 높아 보이는 현재의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해 줄지가 관건이다. 모쪼록 오지랖 넓은 호식가(好食家)의 기우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행스럽게도 1년 전에 지적했던 문제들은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홀 스텝들의 접객 능력은 기대 이상으로 개선되었다. 김상민 매니저도 여전히 근무하고 있었고 총 11명의 스텝 가운데는 특급호텔 출신들도 더러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이다 보니, 가격 대비 높은 코스트도 큰 문제는 아닌듯 했다. 재료의 질이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초창기 주방 스텝들 역시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워낙 잘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이 느껴진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불과 1년 만에 부산의 Hip Place로 자리잡았다. 모 특급호텔 총지배님께 엘올리브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적이 있다. 비공적인 발언임을 전제로 "샘이날 정도로 잘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평가하셨다. 작년에 이 레스토랑을 소개하면서 특급호텔을 제외하고는 부산에서...라는 수식어를 달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시점이 된게 아닌가 싶다. 

자~ 그럼 음식을 한번 살펴보자. 비교를 위해 작년과 비슷한 코스를 선택했는데 시즌메뉴가 부가되어 작년 보다 훨씬 계절감을 짙게 느낄 수 있었다.


가만보면 엘올리브는 지중해식 레스토랑이라는 컨셉에 맞춘다고 그랬는지 테이블클로스와 식기를 죄다 흰색으로 통일하고 있다. 정갈함도 정갈함이지만 이런 심플한 스타일의 장점은 음식의 형태와 색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하얀 무와 연초록의 오이가 다른 컬러의 그릇에 담겼으면 어땠을까? 함께 절였던 타임 한줄기를 올려 놓은 센스 또한 돋보인다.

구운 키조개, 새우살과 컬리플라워 폼을 곁들인 토마토 가스파초. 가스파초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토마토를 베이스로 만든 차가운 스프다. 거기다 구운 키우개와 새우를 곁들이고 컬피플라워폼을 올렸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한데 차이브 한 가닥으로 마무리를 했다. 수묵화에서 난을 칠 때 처럼 과감하게 한 획을 그어 놓은 형상이다. 음식도 시원한데 잘 짜여진 모양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더 시원하다. 한마디로 눈맛이 좋은 음식이다. 플레이팅이란 어떻게 담느냐 이전에, 음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맛?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다. 가스파초는 저렇게 감질나게 먹을 게 아니라, 글라스에 담아 벌컥벌컥 마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해장에는 직빵인데...

이건 같은 순서에서 작년에 나왔던 토마토 소스의 매콤한 해산물 스프다. 큰 틀에서는 일관성을 지향하면서 디테일로 변화를 주는 이런 모습이 엘올리브의 매력이자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이쯤에서 차가운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 곁들여 주시고...


활전복을 곁들인 엔젤헤어 면의 콜드 파스타. 이 또한 올 여름 시즌메뉴로 비쥬얼만 보면 영락 없는 비빔국수다. 이탈리아어로 가는 머리카락이란 뜻을 가진 까펠리니(Capellini)는 뜻 그대로 롱파스타(pasta lunga) 중에서 가장 가는 면이다. 그래서 엔젤헤어라는 별명이 붙었고 차가운 파스타에 주로 사용된다.


 


이게 단순히 까펠리니를 사용한 차가운 면요리라해서 여름 메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마디로 신맛과 향의 페스티벌이다. 상큼한 토마토소스에 까펠리니를 똘똘 말아 먹다보면 케이퍼가 툭툭 터지고 올리브가 물커덩물커덩 씹히고 쌉싸레한 크레송이 끝맺음을 한다. 입안에서 침이 어찌나 분비되는지 비빔국수가 들어갔는데 물국수가될 지경이다. 산미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아주 딱! 이다. 수족관에서 놀던 녀석을 사용하고 그릴 솜씨가 뛰어난 탓에 전복의 육질 또한 말랑말랑하다.



드디어 메인이 나왔다. 작년과 큰 변화는 없지만 플레이팅 솜씨는 훨씬 더 안정된 느낌이다.



엘올리브 측에서 한우 투뿔을 쓴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안심스테이크. 이게 진짜로 투뿔인지 어떤지는 서면 급행장의 사장님을 모셔와야 알겠지만, 일단 고기맛은 탁월하다. 얼마전에 영화 마이블루베리나이츠에서 스테이크와 매쉬드포테이토를 먹는 노라 존스를 보고 침만 질질 흘렸었는데... 불과 일주일만에 그걸 먹게될 줄은 몰랐다. 저 스테이크와 그릴 야채 아래에 매쉬드포테이토가 깔려 있다.



미디엄레어로 구운 양갈비다. 찍~하고 터져나온 육즙에 선명하게 살아있는 근육층. 고기 좀 드셔보신 분이라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보는 순간 맛이 짐작될 것이기에 씰데 없는 소리는 삼가도록 하겠다. 암만 봐도 잘 짤랐단 말이야...



요즘은 스테이크에서 고기의 질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겉면은 도려내고 속살만 구워 먹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가 유행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소스의 역할은 점점 줄어든다. 숙성과 불이 만들어 내는 맛을 즐기기에 소스는 오히려 거추장 스럽다. 그래서 주목 받는 것이 소금이다. 좋은 고기에는 소금 이상가는 조미료가 없다. 올해 엘올리브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이 바로 오른쪽에 뿌려진 소금이다. 작년까지는 수입 소금을 썼었다. 헌데 올해부터는 전남 신안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언젠가 음식박람회에서 이 소금을 맛본적이 있다. 달고 깜끔한 맛에 깜짝 놀랬었다. 엘올리브의 대표께서도 음식박람회에서 이 소금을 발견하고 즉시 구매를 결정했다고 한다. 추측컨데 같은 소금이 아닐까 싶다.

스테이크에 천일염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은 많다. 따라서 천일염의 사용 자체가 대단한건 아니다. 중요한건 맛이다. 한국의 천일염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소금 하나 바뀐 것으로 스테이크 맛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묘하게도 천일염에는 양갈비 보다 안심이 조금 더 잘어울렸다. 같은 나라 출신이라 그런가? 암튼, 이건 좀 더 따져 볼 필요가 있겠다.



디저트는 달아야 한다. 그리고 아름다워야 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단맛과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식욕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진정시키는 셈이다. 눈의 사치, 입의 호사는 좋은 디저트가 갖춰야될 본질적인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디저트, 아름답지 않으신가? 사용된 재료도 죄다 달다구리한 것이다.



바닥에 설탕과 바질을 섞은 바질설탕을 깔고, 블루베리와 체리를 놓고, 그 위에 매실샤벳을 올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소말트로 장식했다. 보기에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이게 뭘까? 혹은 이걸 왜 이렇게라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매실샤벳의 맛 자체도 뛰어 나거니와 바질설탕을 살짝 묻히니 훨씬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멋진 피날레다. 작년에도 김정희 파티시에의 능력을 높이 평가 했지만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훌륭한 파티시에일 뿐만 아니라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 또한 탁월하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마무리 한다. 이 커피도 나름 사연이 있다. 엘올리브는 오픈 이후 줄곧 일본 UCC의 커피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지진 이후 커피를 바꿨다. 일본이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고객의 불안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나름 커피 잘 볶는다고 소문난 곳들을 찾아 다닌 끝에 선택한 커피다. 맛을 보니 아주 제대로된 로스터리샵을 찾아 낸 것 같다.



결론은 조금 뜬금 없는 이야기로 끝을 맺어야 겠다.

 


엘올리브와 로컬푸드

오픈 초기부터 엘올리브는 로컬푸드를 지향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장미역을 이용한 피자, 매생이 리조또 등의 메뉴를 강조했다. 처음에 이런 소식을 접하고는 살짝 비웃었다. 지방에 있는 레스토랑의 마케팅 포인트로는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하고 그냥 흘러 넘겼다.

흔히들 로컬푸드에 대해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사용하는... 정도로 정의한다. 허나 이것은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는 부가적인 측면일 뿐이다. 로컬푸드의 본질은 생산지의 보호,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그리고 궁극적으로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때 자급의 범위는 좁게 보면 지역 단위일 것이고 넓게 보면 국가 단위일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라면 몰라도 서양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레스토랑의 경우 의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몇가지 과제가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재료가 레스토랑의 기준을 맞출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노력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오너의 의지 뿐만 아니라 쉐프들의 동참 또한 필수적이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1970년대 일본의 가고시마현은 십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멸종위기에 있던 재래종 흑돼지의 종을 복원시켰다. 복원은 시켰는데 그 우수성을 알릴 방법이 묘연했다. 이때 한 요리사가 등장한다. 생산자들을 향해 "흑돼지의 우수성은 내가 알릴테니 당신들은 부디 좋은 흑돼지를 생산해 달라"고 설득했다.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의 흑돼지요리전문점 아지모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현재 아지모리는 가고시마 흑돼지 요리의 원조이자 선구자격으로 대접 받고 있다. 가고시마현에서 생산된 흑돼지는 일본 최고의 돼지고기가 되었다. 아지모리 주인장의 흑돼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하나 있다. 코스 마지막에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크림. 그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생크림 조차 흑돼지의 콜라겐을 추출해서 대체할 정도다.

엘올리브가 로컬푸드를 지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비웃었던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가나 보자 싶었다.

1년6개월이 지났다. 봉골레스파게티에는 해감이 어렵고 그 과정에서 절반 정도가 폐사하는, 그래서 단가가 높은 갈미조개를 여전히 고집한다. 개불파스타에 쓰이는 개불 역시 국산만 사용한다. 스테이크용 쇠고기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한우 투뿔을 확보하는데 주력한다. 소금 역시 수입산에서 국산 천일염으로 바꿨다. 커피도 일본산에서 국내에서 로스팅한 것으로 바꿨다. 오픈 초기에 좀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의외로 끈질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엘올리브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가운데 로컬푸드라 할만한 식재료의 비율은 아직 낮다. 지금까지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정도일뿐, 당당하게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라 자랑할만한 수준은 못된다. 그럼 다음 단계는 뭘까? 현재 엘올리브가 안고 있는 한계에 그 답이 있다.

     
어지간한 채소는 국내산을 사용지만 아스파라거스 만큼은 향이 만족스럽지 못해 수입산을 쓴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런 소식도 들었다. 디저트용으로 녹차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 직원 모두가 만족할 정도로 맛이 뛰어났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샘플로 만든 아이스크림에는 일본산 분말녹차를 사용했다. 국내산 중에도 그정도 품질의 분말녹차가 있으려니 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나름 좋다는 국내산 분말녹차를 다 사용해 봤지만 맛이 나지 않았다. 그냥 일본산을 사용해서 만들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원칙을 접을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바로 이 지점이 한계다. 생산자가 변하지 않는 이상 엘올리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시 일본의 사례를 한번 보자.


일본 최고의 와규를 생산하는 미야자키현의 데판야키전문점 미야치쿠. 이집에서 쇠고기 만큼이나 자랑하는 식재료가 바로 이 채소들이다. 모두 미야자키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녀석들이다. 독자적인 브랜드까지 있어 몸값도 만만찮다. 생산자는 최고의 식재료를 재배했고, 레스토랑 은 일본 최고의 와규에 어울리는 채소를 원했다. 덕분에 소비자는 호사를 누린다. 레스토랑은 좋은 식재료로 훌륭한 음식을 만들고, 농부는 자부심을 가지고 작물을 키운다. 
 
따라서 해답은 이거다.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누가 먼저 나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나는 엘올리브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레스토랑이 직접 나서 단 하나라도 좋으니 성공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하나가 어려울 따름이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 레스토랑이 나서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엘올리브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것이 자랑이되고, 엘올리브에 식재료를 납품하기 위해 생산자들이 노력하는 그런 날이 오면. 이 레스토랑은 저절로 최고라는 찬사를 받을 것이다.

내년 이맘때는 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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