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사리원

업종 분식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477-23 전화번호 051-808-8174
등록일 11-12-12 평점/조회수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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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블로그를 통해 여러차례 냉면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고,
부산에 제대로된 냉면집이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그런데 그런 아쉬움을 웬만큼 달래 줄 냉면집을 하나 찾은것 같다.
서면 사리원냉면의 평양냉면이 바로 그것이다.

 


취생몽사군의 사무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지라 지난 2년간 수없이 지나다녔건만
냉면집에 대한 유별난 고정 관념 - "냉면이라는 음식의 조리방법상 아주 규모가 크거나
손님이 바글바글 하지 않는 이상 결코 맛있는 냉면을 기대할 수 없다"
- 덕분에 이 집 문앞에서
몇번을 서성거리다 그만두곤했었다. (이런 찌질한 호기심으로 보면 취생몽사군은 결코
음식매니아 혹은 미식가가될 소질이 없다.)

 

그러던 차에 블로그 이웃인 "걸신님의 블로그에서 "사리원냉면"을 소개한 포스팅을 보고
속는셈 치고 냉면 맛을 보러 갔다.
(걸신님의 사리원냉면 포스팅
http://blog.naver.com/unicorns7/40035403421
 참고로 사진 역시 걸신님의 포스팅에서 업어 왔습니다.)

 

 


그 후로 한달...
일주일에 한두번씩 꼬박 7번을 혼자서 이 집 평양냉면 맛을 봤다.
날씨가 화창한 날도 먹고, 더워서 땀이 삐질삐질 나는 날도 먹고, 불쾌한 습도로 짜증이 만땅인
날도 먹고, 장맛비가 쏟아 지는 날도 먹고, 숙취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날도 먹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결론을 내렸다.

 

"이 집 냉면 맛있다!"

 

여기서 "맛있다"라는 말을 조금 설명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흔히들 (부산사람들이) 생각하는 물냉면 맛이란게... 쫄깃한 면발에 새콤하고 담백한 국물,
거기다 그집만의 독특한 다대가 어우러 질 때 비로소 맛있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사리원의 평양냉면 맛은 이런 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전분의 함량이 높아 쫄깃쫄깃함만 강조되고 향기는 온데간데 없는  면발과는 달리 메밀의 함량이

비교적 높아 적당한 끈기에 뚝뚝 끈어지는 질감과 하근내 비슷하면서도 구수하고 은근한 메밀향을

느낄 수 있다. 메밀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탓에 색이 검고 향이 투박하긴 하지만 그건 아마도 제분

회사로 부터 메밀가루를 공급받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내력있는 소바집이나 서울의 유명

냉면집의 경우 제분까지도 직접하기 때문에 자기 음식의 특징에 가장 잘 맞는 메밀가루를 쓸수 있

겠지만... 부산에서 그런것 까지 기대하는건 욕심일듯 싶다.

 

육수의 경우 구체적으로 소의 어떤 부위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냄새가 진하지 않으면

서도 감칠맛이 있다. 거기다 적당량의 닭육수와 자극적이지 않을 정도의 동치미 국물이 섞여있어
전체적으로 볼륨감이 있으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 슴슴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오리

지널리티가 강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만든 육수라는 느낌이 든다.

 

편육, 절인오이와 무, 배, 고추, 계란 등의 웃기 또한 냉면 맛을 헤치지 않으면서 적당한 임팩트를

준다. 취생몽사군의 경우 오로지 면과 육수에만 관심을 갖는 묘한 편집증 증세가 있어 웃기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데... 어쨌거나 나쁘진 않다.

 

사리원 냉면 맛을 알기전 까지 취생몽사군 점심의 3할은 근처에 있는 춘하추동 밀면이 담당했었

는데, 요즘은 그 쪽으로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처럼 여지껏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 중의 하나가

밀면은 무지하게 맛있기는 한데 중독성이 없는 반면 냉면은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데 묘한 중독성

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남이 아닌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맛의 원형에 있어서는 밀면이 냉면을 따라갈 수 없을것 같다.

 

 

 
냉면만으로는 한끼 식사로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때는 한장에 천오백원하는 빈대떡 두어장
곁들여 보는것도 좋다. 까실까실한 녹두가루에 김치와 돼지고기 몇점을 넣고 돼지기름에 바삭
삭하게 구워낸 빈대떡 또한 45년이 넘는 연륜 만큼이나 깊은 맛을 간직하고 있다.
빈대떡 한점을 면에 얹어 함께 먹어보면 또 다른 맛의 조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욕나오는 사람도 있다.^^)
 
 
2대에 걸쳐 노부부가 서면 뒷골목에서 작으마한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이렇게 제대로 만든
냉면을 내 놓으면서도 5천원이라는 가격을 여지껏 고수하고 있는 점 또한 흐뭇하다.
지척에 급행장과 사미헌이라는 연륜과 규모를 두루 갖춘 경쟁 상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
히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걸 보면 그래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냉면맛을 아는 이들이 건재함
을 알 수 있다.
 
언젠가 혼자 냉면을 먹고 있는데 주인 어르신께서 이런 말씀을 하는걸 들었다.
 
"예전엔 이북에서 내려 오신 분들이 고향맛을 찾아 오고 시간이 지나니 그들의 자식들이 찾아 줘서
 제법 장사가 잘됐는데, 그분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자식들 또한 외지로 나가면서 장사가 예전만
 못해....."
   
현재의 냉면 맛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사리원이 지금 보다는 좀 더 많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그래서 항상 면뽑는 기계 소리가 들리고 육수 끓이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났으면 좋겠다.
 
싫든 좋든 부산에서 사리원의 존재는 우리 현대사의 흔적이기도 하고,
50년 가까운 연륜이 만들어 내는 맛은 제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 할지라도 흉내낼 수 없기에,
이런 음식점에는 단순한 음식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지켜줘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취생몽사-
 
 
 
 
뱀다리.
맨날 혼자서 이 집 냉면맛을 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대체 누굴 델꼬가야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괜히 소개했다가 욕만 들어 먹을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꼭 먹고 싶은데 한가지 못 먹어본 음식이 있다.
바로 쟁반이다.
각종 편육, 야채, 빈대떡, 만두 등을 얹고 육수를 부어 먹는
쟁반은 우리 전통 음식의 정점이기도 하거니와,
술 안주로 이만한게 또 없다.
언젠가 직접 손으로 빚은 듯 보이는 만두를 소쿠리에
널어 놓고 숙성시키는 것을 본 뒤로,
이 집 쟁만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맘씨 착하고 먹는것 좋아라 하는 착한 이웃이 있어
한번 쏘겠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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