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업종 일식/횟집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해운대구 좌동 970 1F (롯데캐슬마스터 상가건물 1층) 전화번호 051-701-2420
등록일 11-12-12 평점/조회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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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집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새로운 이자카야(居住屋)가 오픈했다. 출퇴근 동선에 위치한 곳이라 인테리어 공사 때부터 눈여겨 보아오다 오픈 3일째인가 처음 가봤다. 가격에 비해 재료의 신선도나 솜씨가 남달랐다. 개업빨이겠거니... 싶어 그러려니 했다가 한참 후에 다시 갔다. 오픈 초기의 어수선함은 개선되고 음식이 점점 자기 색깔을 갖춰가고 있었다. 그후로 단골이 되었다. 단골이라 해봐야 어쩌다 영업 마감 즈음에 들러 간단하게 한 잔 하는게 전부다. 막판에 가다보니 사장님께서 재료가 떨어졌다며 항상 미안해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차분하고 먹는 즐거움은 반감되지 않는다.

 

나름 이름난 시내 일식집 등에서 수련을 쌓은 남자 사장님과 여자 실장님이 주방과 다찌를 맡고 있다. 재료를 선별하고 맛을 다듬는 사장님의 실력과 생선을 다루는 실장님의 칼맛이 그저 동네 술집으로 보아 넘기기엔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다.

 

 

우선 오토시(おとうし, 기본안주)의 땟깔이 참 좋다. 좋은 이자카야는 이 오토시 만으로도 그 수준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차별화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고 음식 하나하나 품이 많이 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어를 삶은 정도도 적당하고 소스의 산미도 좋다. 집사람은 산미가 너무 강해 거슬린다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신맛을 좋아하는 내 입에는 적당한 수준이다.

겨울바다의 비릿함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멸치회의 선도가 참 좋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크림치즈두부다. 부르는 방식이 다양한데 나는 그냥 크림치즈두부라 부른다. 몇년전 후쿠오카의 이자카야 수이카에서 먹어 본 뒤로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다. 두부의 부드러움 질감과 조신한 고소함에 크림치즈의 진한맛이 어우러지니 한층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위에 뿌려진건 발사믹드레싱이다. 생와사비나 간장, 가츠오부시엑기스를 곁들인 경우는 자주 접했지만 발사믹과의 조화는 처음이다. 달콤하고 프루티한 발사믹과도 매우 잘 어울린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이런류의 두부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푸디님의 분석을 한번쯤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http://blog.naver.com/foodi2/30068494610

참마(나가이모)에 흑임자소스를 곁들였다. 재료가 떨어져 죄송하다던 사장님이 절구에 흑임자를 갈아 즉석에서 만들어 주신 안주다. 흑임자와 참마의 궁합이 절묘하다.

여차저차해서 사장님과 말을 트게된 어느날, 어떤 요리를 주로 만들고 싶으시냐고 여쭸더니 쇼진요리라는 뜻밖의 답을 하셨다. 쇼진요리(精進料理 정진요리)란 육류·어패류·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곡물·콩·야채 등의 식물성 재료와 해조류를 사용한 요리이다. 명칭이나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는 수행자들을 위해 개발된 요리다. 일본 불교의 대표 종파인 선종(禪宗)에서 유래된 이후 가마쿠라시대에 불교가 융성하면서 일반에게까지 널리 퍼졌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이건 술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요리다.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처럼 몸 생각 많이하면서 술 마시는 시대에는 오히려 이러한 시도가 엔만의 특징이자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엔의 사장님이 만드는 안주들 가운데는 이런 주장이 담긴 것들이 꽤 있다. 위의 안주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앞서 소개한 크림치즈두부나 흑임자두부는 꼭 한번 청해서 드셔보시길 권한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항상 만날 수 있다고는 장담 못한다.

광어사시미를 노리즈케(김조림)로 무친 것이다. 광어하면 흔히 고노와다를 떠올리지만 이 또한 나름 신선한 조합이다. 고노와다와의 조합이 불륨감이 강조됐다면 이것은 그보다는 가볍지만 청량감이 강조된다. 물론 감칠맛은 전혀 쳐지지 않는다.

엔의 사장님이 특히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가 아카미소(적된장)다. 시로미소(백된장)에 비해 향과 맛이 진하고 쌉싸레한 끝맛이 있어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진한맛이 땡길 때도 있다. 특히 아카미소와 살짝 뿌려진 산초의 궁합은 새로운 발견이라 할만하다.

아카미소에 절인 마늘이다. 취생몽사는 이 절임을 아주 좋아한다. 이것 한 가지만 있어도 소주 한병은 가뿐하다. 그걸 아는 사장님이 갈 때 마다 이 귀한걸 챙겨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칠판에 적힌 오늘의 요리 가운데 굴튀김(카키후라이)이 있길래 고민 없이 시켰다. 취생몽사군은 맛이 있건없건 카키후라이라 그러면 무조건 환장한다. 겨울엔 반드시 이걸 먹어줘야된다.

포실포실한 튀김옷과 뜨거운 열로 활성화된 굴의 감칠맛의 조합은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다.

카키후라이와의 마리아쥬는 무조껀하고 맥주다. 이건 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뒤에 계시는 분이 엔의 사장님이다.

 

 

 

 

포스팅을 마무리하며 가만 보니... 조합, 궁합, 마리아쥬 따위의 단어를 매우 과도할 정도로 남발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좋은 요리란 결국 재료와 재료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느냐는 것이고, 인간의 역할은 그것을 연결해 주는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헌데 그 연결이라는 역할이 어디 쉽냐는 말씀이지...)

 

아직 몇몇 부분에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개업 초기임을 감안하면 그것은 오히려 기대로 남겨둘만 하다. 모쪼록 엔이 좋은 이자카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이 포스팅을 마친다.

 

 

 

 

엔의 위치는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 근처 롯데캐슬마스터 상가건물 1층이다.
지하철의 경우 2호선 장산역 4번이나 2번 출구로 나와 쭈~욱 직진 하시면 된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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