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새벽집

업종 한식/밥집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수영구 민락동 167-32 전화번호 051-753-5821
등록일 11-12-13 평점/조회수 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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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얼핏 콩나물국밥이 대세인듯 보이지만 광안리 새벽집의 터줏대감은 시래기국이다. 새벽집의 진정한 매니아라면 얼추 동의할 것이다. 진한 멸치육수가 근간을 이루고 시래기는 조연에 불과한 씨락국과는 달리, 새벽집의 시래기국은 보드라운 시래기와 구수한 된장이 골간을 이룬다. 부산서 이 둘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시래기는 음주 다음날 아침에 그 효과를 레알 확인할 수(도)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탓에 시도 때도 없이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어쩌다 술기운을 달래려고 찾은 새벽녁, 머리를 처박고 국물에 탐닉하다 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 광안대교 너머로 일출의 기운이라도 목격하면 그야말로 땡잡은 날이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음주모드로 리셋해 더 달려줘야 된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이면 눈뜨자 마자 잠시 고민을 한다. 부산집을 갈까? 새벽집을 갈까? 다른 계절이면 고민의 시간이 길어 지겠지만 겨울이면 그럴 이유가 없다. 무조껀 새벽집이다. 지난 가을 갈무리해둔 햇 시래기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두며 먹자고 말린 시래기가 햇거면 어떻고 묵은거면 어떠냐 싶겠지만 나름의 차이가 있다. 가운데 대 부분은 기분 좋을 정도로 서걱거리고, 이파리는 보드라움 속에서도 생기가 있다. 무엇보다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만족감이 크다.

 

시래기된장국밥과 시래기따로국밥 두 종류가 있다. 그냥 국밥, 따로국밥이라 하면 될 것을 뭐하러 씰데없이 된장과 따로로 구분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요점은 이거다. 시래기 맛과 된장 맛을 오롯이 느끼고 싶으시거든 반드시 따로국밥을 시켜야 한다. 밥을 미리 말아 버리면 된장의 풍미도 시래기의 식감도 오리무중이 된다.

 

시래기국에 비해 솔직히 차림은 형편 없다. 멸치는 건성으로 볶았고, 부추김치는 억지로 담궜고, 어묵은 싼마이고, 콩자반은 너무 삶았고, 김치에선 세재 냄새가 나고, 깍두기는 양념칠만 했다. 시래기국 한 그릇 먹자는데 굳이 찬이 여섯 가지나 딸려 올 이유가 뭐람. 그 많은 것 준비하는 돈과 품을 반만 들여 김치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격이 달라질 것이다. 더하는 상차림 보다 빼는 지혜가 필요하다. 젓가락도 가지 않는 찬을 늘어 놓으니 재활용의 유혹과 혐의로 부터도 자유스럽지 못할 밖에...

 

봄이 오기 전에 서너번은 더 먹은 다음, 부산집으로 이동해야 겠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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