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별난씨호떡

업종 커피점/빵집/기타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03-15 롯데백화점 후문 전화번호 --
등록일 11-12-13 평점/조회수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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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잡쉐어링(Job Sharing)이란 임금과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다. 1990년대 독일의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나이브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기업 상황이 어려워져 세 명 중 한 명을 짤라야 한다고 치자. 하지만 잡쉐어링은 한 명을 짜르는 대신 두 명의 근무 일수나 작업 시간을 줄여 세 명 모두의 고용을 유지 한다. 고통 분담을 통한 상생의 해법인 셈이다.

 

그럼 마켓쉐어링(Market Sharing)이란 말은 있을까? 물론있다. 있긴 있는데 잡쉐어링 만큼 긍정적이지는 않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또한 무식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사람들이 꼭 사용해야 하는 특정 상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집단이 있다고 치자.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통제하고 시장을 나눠 먹는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을 내세우지만 실은 지들끼리 천년만년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의도다. 바로 이들이 시장을 통제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시장분할(Market Sharing)이다.

 

갑자기 뜬금 없는 경제학용어 정리냐 싶으실 게다. 실은 지난 1년간의 관찰 결과를 보고하기 위함이다. 이걸로 논문을 한번 써 볼까 하다가, 공사가 다망한 관계로 대충 포스팅으로 갈음하기로 한다.

부산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에 있는 호떡집이다. 어찌나 유명한지 국내는 물론이고 부산을 소개하는 일본가이드북 치고 소개 안된 곳이 없을 정도다. 오리지날은 왼쪽에 있는 [별난씨호떡]집이다. 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줄이 끊어질 줄을 모르는, 그야말로 불나는 호떡집이다. 잘 생긴 청년 셋이서 둘은 호떡을 굽고 한 명은 호떡에 씨앗을 삽입(?)하는데 그 현란한 솜씨가 또한 볼꺼리다. 그 옆에는 부부가 운영하는 [웰빙호떡]이 있다. [별난씨호떡]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고객 숫자만 따지면 8:2 혹은 9:1 정도로 [별난씨호떡]의 압승이다.

 

지난 1년 6개월여 이 두 호떡집을 유심히 관찰했다. 처음에는 [웰빙호떡]집의 속 내와 미래가 궁금했다. [별난씨호떡] 처럼 강력한 경쟁자 옆에서 무슨 배짱으로 장사를 하는지, 그 결과 얼마나 버틸지가 궁금했다. 헌데 몇 개월 쯤 지나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미리 사족을 달자면 두 집의 호떡 맛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동네서 호떡 좀 잡숴 본 분들을 대상으로 블라인팅테스트를 한다면 분간이 잘 안될 정도다. 맛의 차이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수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은, 원조의 저력이고 입소문을 통해 구축된 브랜드의 힘이다.

 

이런 논리만 놓고 보면 [웰빙호떡]집은 진작에 문을 닫았어야 마땅하다. 헌데 롱런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별난씨호떡]은 늦게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는다. 반면에 [웰빙호떡]은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문을 닫는다. [웰빙호떡]이 문을 열면 사람들은 줄을 선다. 그러다 [별난씨호떡]이 영업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줄이 바뀐다. 저녁이 되어 [별난씨호떡]이 영업을 종료하면 사람들은 또 [웰빙호떡] 쪽으로 줄을 선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 [별난씨호떡]은 반드시 휴무를 한다. [별난씨호떡]이 휴무를 하는 날은 [웰빙호떡]이 그야말로 불난 호떡집이 된다.

 

[별난씨호떡]과 [웰빙호떡]의 상생을 지켜보며 솔직히 감동 먹었다. [별난씨호떡] 정도의 인지도와 매출이면 아르바이트생 써가며 1년 365일 24시간 호떡을 구워내도 장사가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웰빙호떡] 정도는 순식간에 고사시켜 버릴 수 있다. 헌데 그러지 않는다. 두 호떡집 사이에 어떤 특수관계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약간은 멍청한 소비자의 심리 이용해 상생의 지혜를 터득한 듯 보인다. 더 무서운 것은 [별난씨호떡]이 시장을 읽는 안목이다. [별난씨호떡] 맞은 편에 다른 업종이 있었더라면 집적의 효과가 떨어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2인자가 있어야 1인자가 돗보이는 법이다. [별난씨호떡]은 그런 원리를 섬뜩할 정도로 꿰뚫고 있다. 아마도 두 호떡집은 아주 오래 동안 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상생, 상생 입으로만 외칠게 아니라 호떡집 좀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세상에는 이런 마켓쉐어링도 있다.
경제학 교과서 보다는 이쪽이 훨씬 배울게 많다.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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