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맛집

천하의문타로

업종 술집 글쓴이 취생몽사 http://m.blog.naver.com/landy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124 1F (팔레드시즈 1층) 전화번호 070-8132-9282
등록일 11-12-13 평점/조회수 6,862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본문

서울 이태원 제일기획 사옥 아랫길에는 유다와 문타로라는 두 야키도리 전문점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작년에 서울 갔을 때 이 두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첫날은 친구에게 이끌려 유다를 갔다. 청담동에 천하의문타로를 오픈하면서 사장이 그쪽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문타로가 예전만 못하다는게 이유였다. 다음날은 다른 일행과 유다와 문타로 두 곳을 모두 갔다. 아무튼 그 때 내 입맛에는 문타로가 유다에 졌다. 그래서 해운대에 천하의문타로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시큰둥 했다.

오픈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나서야 해운대 천하의문타로를 방문했다. 결론은 내가 두 가지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첫째 유다에 살짝 밀렸을뿐 문타로의 야키도리 솜씨는 출중하다는 점이다. 둘째 아시는 바와 같이 천하의문타로는 이태원의 문타로와 홍대앞 천하의 합작품이다. 유사업종이 합작을 했을 때는 문명 뭔가 시너지효과를 노렸을 터, 이자카야로서 천하의 솜씨를 놓쳤다는 점이다.

문어폰즈, 다섯가지 야키도리, 사시미모듬으로 구성된 세트메뉴를 시켰다. 두번째 방문이었고, 선배로부터 받은 생일상이다. 천하의 솜씨와 문타로의 솜씨를 두루 엿볼 수 있다. 술은 요즘 애용하는 데와자쿠라를 곁들였다. 한국에 유통되는 사케에 워낙 거품이 많이 껴 가격대비라는 표현이 좀 거시기 하시만, 어쨌거나 가격대비 최고의 술이다. 그냥 마시면 화장기 짙은 여인네같은 느낌이지만, 음식과 어울리면 그렇게 나긋나긋할 수가 없다.

 

음식은 모두 훌륭하다. 문어폰즈는 아주 명물이고, 사시미는 숙성과 칼솜씨가 뛰어나고, 야키도리는 재료에 따라 익힌 정도와 소금 간의 절묘하다. 내가 환장하는 쯔꾸네 역시 만족스럽다. 국물요리로는 나가사키짬뽕도 괜찮고, 술 마시기 전에 온센다마고 한알 마셔주면 속이 든든하다.



술을 마시고 있는데 요리사가 두툼하게 썬 광어를 굽고 있다. 저건 또 뭔 호작질이냐며 속으로 비웃었다. 헌데 그렇게 구운 광어를 서비스라며 준다. 대번에 표정이 바뀌고 감사하다며 머리를 몇번 씩이나 조아렸다.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다.

이 광어 구운 솜씨에 천하의문타로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 야키도리는 숯불 냄새만 입혀서 익히기만 하는 음식이 아니다. 그걸로 끝나는 음식이라면 아무나 구울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야키도리는 재료가 가진 숨은 맛과 향을 끌어내고, 육즙을 살려야 한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징을 이해하고 불을 다룰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수련이 필요하다. 소금을 뿌리는 것도 그렇다. 철 없는 요리사는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폼만 양껏 잡는다. 지 딴에는 멋있는 줄 아는데 글쎄 올시다. 눈 밝은 손님들은 그렇게 뿌려진 소금이 어디에 착지를 하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어느 타이밍에 소금이 관여해야 하는지도 안다. 고객을 물로 보지 마라.

광어구이는 완벽하다. 구운 것이 사시미 보다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안굽는 것이 낫다. 광어에 이런 향이 있어나 싶을 정도로 묘한 향이 감돌고 숨어 있던 맛과 기름이 충분히 활성화 되었다. 이정도라면 솜씨있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



두번을 방문하는 동안 이 요리사가 슬쩍 궁금했다. 솜씨도 솜씨거니와 요리를 하는 자세와 표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한가지 묻고 싶은 것도 있었다. 헌데 요리사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맥락 없이 몇 마디 던지는 것으로는 형식적인 대답 밖에 들을 수 없다. 어떤 또라이 같은 맛집블로거는 식당 업주가 지를 못알아 본다고 난리를 쳤다는데, 취생몽사처럼 소심한 블로거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래서 전술이 필요하다. 요리를 보고, 요리사가 들었을 때 가장 기분 좋을만한 소재를 발견해야 한다. 그냥 기분 좋은 것으로 끝나서도 안된다. 요리사가 어라? 이 인간이 그런 것까지 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요리를 쭉~ 살폈다. 연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연어 뱃살인가요? 참치 못지 않게 기름지네요"라고 슬쩍 던졌다. "아~ 아시네요. 마침 뱃살이 좀 남아서... 운이 좋으신 겁니다". 그걸로 끝이다. 말을 걸어 보기에는 아직 리액션이 약하다. 뭔가 더 센게 필요하다. 다시 음식을 살폈다. 광어가 낙찰됐다. "이 광어 곤부쯔메한 건가요? 숙성이 아주 제대로 됐네요". 나름의 승부수라 생각하고 던졌다. 이걸로도 반응이 없으면 접어야 한다. 이 무뚝뚝한 아저씨의 낯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와~ 6개월만에 그걸 알아주는 손님 처음입니다. 상한거 아니냐며 욕도 많이 들었습니다". 입질 제대로 왔다. 주방이 웅성웅성 거린다. 카운터를 보던 아주머니까지 몇 마디 거든다. 이쯤되면 일사천리다.

칼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터라 경력부터 물었다. 일식요리사 경력만 20년이고 야키도리는 2년쯤 했단다. 천하 출신으로 청담동과 압구정 천하의문타로를 두루 거쳤다. 어쩐지... 일식요리사 경력이 그만큼 되니 재료를 다룰 줄 아는 것이다. 몇마디 더 나누다 진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오픈 하시기 전에 부산의 야키도리집 돌아 보셨죠?"
"많이는 못가보고, 제일 유명하다는 집 한번 가봤습니다"
"어떠시던가요?"
"......" (그냥 씨익 웃는다)
"자신감을 가지셨겠네요"
"......" (또 그냥 씨익 웃는다)

구체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그 웃음이 모든 걸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부산의 야키도리집들 긴장 좀 해야할 것 같다. 여러모로 비교가 될 것이다.



야부리 잘 깐 덕분으로 연어 뱃살과 광어 곤부쯔메 몇 점을 서비스로 얻어 먹었다. 광어 곤부쯔메를 먹고 있자니 예전 화수목의 이수헌 사장이 생각 났다. 어째 살고 있는지... 내일은 전화나 한번 해봐야 겠다.


-취생몽사-

 

총 0건 / 최대 200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