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이맛집

원조돼지국밥

업종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경남 김해시 동상동 881 동상재래시장 안 전화번호 --
등록일 11-11-15 평점/조회수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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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돼지국밥은 부산과 경남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대표 음식이긴 한데 자생적으로 발전해 온 음식이다 보니 스타일이 동네마다 제 각각이다. 국물을 내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고 국밥 위에 올리는 고기 부위도 다르다. 돼지 뼈와 살로 국물을 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순대를 섞는 곳도 있고 돼지뼈를 우린 국물에 소 사골 국물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항정살, 전지, 내장, 순대 등등 올리는 부위 또한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역마다 원조를 자처하는 돼지국밥집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느 음식처럼 원조 논쟁이 벌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어디가 최고라며 쉽게 단정짓지도 못한다. 그만큼 개성이 강한 음식인 탓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돼지국밥의 기원을 더듬어 가다 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장(장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부산, 밀양, 하동, 대구, 고령 등 어느 지역이건 오래된 돼지국밥집의 시작을 더듬어 보면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민의 음식이다 보니 그 출발점이 저잣거리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부산 출신의 최영철 시인은 '돼지국밥에는 쉰내 나는 야성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장바닥은 곳곳에 야성을 심어 놓고 파는 곳'이라 했다. 돼지국밥과 시장의 상관관계를 야성으로 엮어내는 시인의 통찰력이 매섭다. 시인이 말하는 야성이란 살아서 펄떡거리는 우리네 민중들의 삶 그 자체일 것이다.  

곰탕집은 돼지국밥집 주인 아주머니의 어머니가 창업한 가게로 원조돼지국밥집 국밥 맛 비결의 원천이다.
김해시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동상재래시장. 이곳에도 '쉰내 나는 야성'이 살아 있는 돼지국밥집이 한 곳 있다. 제법 많은 돼지국밥집이 성업 중이고, 나름 유명한 곳도 더러 있는 김해지만 나이 지긋하신 토박이들은 3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이집 문턱을 넘는다.
 
50년 역사의 동상재래시장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인해 시간을 무색케 할 정도로 말끔히 단장됐다. 하지만 시장 중앙통로를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과거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정비사업 명목으로 획일적으로 달아 논 원형의 아크릴 간판만이 시간의 흐름을 짐작케 할 뿐이다. 그 낡고 어두운 골목길에 '원조 돼지국밥'이 있다. 4인용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좁고 허름한 음식점. 음식점이라 추천하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정리되지 않고 빛바랜 모습이다.
 
과연 음식 맛이 있을까? 아니 음식이 넘어 가기나 할까? 반신반의하며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상차림이 단촐하다. 그 흔한 깍두기도 없다. 찬이라 해봐야 1년은 족히 묵음직한 김치에 양파와 고추가 전부다. 돼지국밥 한 그릇이 나왔다. 뽀얗고 묵직한 국물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맑다. 흔히 오소리감투라 부르는 돼지 위를 비롯한 내장이 넉넉하다. 국물이 묘하다. 아주 진국이라 할 수는 없지만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다. 내장은 부드럽게 씹힌다. 국물이고 내장이고 의외로 잡내가 없다.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조신하면서도 뭔지 모르게 그리운 맛이다. 먹는 순간부터 "와~"하는 탄성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숫가락이 쉽게 멈춰 지지가 않는다. 국물과 김치가 잘 어울려 굳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국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돼지국밥이 어찌 이리 개운한가 싶어 주인 아주머님께 몇마디 여쭸다.
"국물이 우째 이래 개운합니까?"
"...재료가 좋아서예"
"내장말고 고기는 안넣습니까?"
"...우리집 손님들은 내장이 더 좋다데예"
"국물낼 때 살코기도 쓰십니까?"
"...뼈만 넣습니더"
"뼈만 넣는데도 잡내가 이래 안납니까?"
"...센불에 끼리지예"
 
수줍음이 많은 듯 보이는 아주머니는 어떤 질문이건 시원시원 답하는 법이 없다. 뭐 좀 건져볼까 했던 의도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음식은 그 음식을 만드는 이의 성품을 닮는건가 보다며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리려던 찰나, 국밥 맛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됐다.
 
좁은 골목길. 원조돼지국밥 맞은편에는 곰탕으로 유명한 50년 역사의 '2.7식당'이 있다. 얼핏 보면 곰탕집과 돼지국밥집이 자웅을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헌데 사연을 들어보니, 원조돼지국밥을 운영하는 김상봉(64세) 아주머님은 2.7식당 창업주의 따님이셨다. 1979년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하면서 친정집 곁에 둥지를 튼 것이다. 어려서부터 곰탕을 먹고 자라 오셨으니 국물 내는 방법 쯤이야 인이 박혔을 터, 그렇다고 친정집과 같은 업종을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 경험은 살리되 경쟁은 피하는 방편으로 선택한 메뉴가 돼지국밥이었던 셈이다. 그제서야 이댁 돼지국밥에서 왜 그렇게 곰탕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는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좋은 재료에, 뼈만 넣고, 센불에 끓인다는 말씀을 존중하는 뜻에서 그 비법을 시시콜콜 거론하는 것은 삼가기로 한다.
 
내친 김에 단골들만 주문한다는 막창구이도 한 판 시켰다. 생막창을 잘라 불판에 오래 구워 내는 게 전부다. 냄새를 줄이기 위해 약간의 소주와 후추를 사용할 따름이다. 돼지 내장은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초벌로 데쳐서 내는 게 일반적이다. 헌데 원조돼지국밥은 생막창을 그대로 사용한다. 재료에 자신감이 없다면 엄두를 낼 수 없는 방법이다. 물론 누린내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점을 먹다보면 '그간 냄새 잡자고 맛까지 잡아버렸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만 냄새는 이내 사라지고 씹으면 씹을 수록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삭힌 홍어처럼 쉽게 친해지긴 어렵지만 한번 친해지면 중독성이 강한 맛이다. 막창 맛이 길들여지기 시작하니 소주가 절로 생각났다. 반주로 소주 한잔을 곁들이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무심코 한말씀 던지신다.

"30년 넘게 장사를 해도 우리는 돼지국밥 안 먹어예"
"국밥 장사하시는 분이 국밥을 안드시고 우째 만드십니꺼?"
"국물은 빛깔을 보몬 되고, 고기는 삶는 시간만 알몬 되지예"
 
그제서야 원조돼지국밥집 맛의 비결이 드러났다. 수 십년 세월 씨줄과 날줄로 엮인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 감각이 만들어 내는 맛. 그 맛이야 말로 우리네 재래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의 맛일 것이다.

▶위치 : 김해 동상재래시장 중앙 통로 옆 골목길
▶연락처 : 055-336-8707


김해뉴스 : 박상현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이 게시물은 여기부산님에 의해 2014-12-11 09:30:35 부산일보 맛집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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