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이맛집

통나무 하우스

업종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 183-8 전화번호 --
등록일 14-12-11 평점/조회수 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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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상 들어갑니다. 지금 철에 맛있는 배추는 멸치젓, 취나물과 방풍나물은 강된장에 찍어 드시오. 방풍나물로 풍 예방하시고, 취나물 먹고는 제발 술 좀 덜 잡수시오. 생굴은 꼬시래기(해초의 일종)와 같이 싸서 초장에 찍어 드시오. 식감이 확 살아날 것이오. 가는 날이 장날이라지만 손님들은 운도 좋소. 이건 오늘 담근 김장김치요. 김장날에 만든 김치에 굴을 싸서 먹으면 두말할 필요가 없소. 살짝 데친 피조개는 간장에 버무린 뒤 파 쏭쏭 썰어 올렸소. 입보다 한발 앞서 눈이 행복하지 않소? 경상도 음식인 과메기가 쫄깃한 게 맛이 들었소. 포항에선 중국집에도 과메기가 나온다지만 멀리 갈 필요가 뭐 있겠소. 슴슴하고 간도 좋은 나물 맛은 어떻소? 나물은 이처럼 한발 물러서야지 튀면 아니 되오. 문어도 맛나게 잘 삶았소. 파전은 두께만큼이나 맛에도 깊이가 있소. 금값이라는 알 밴 도루묵 조림 맛 좀 보소. 깨물면 톡톡 터지는 소리가 어떻소? 이젠 전라도로 넘어가 삼합 맛 좀 보소. 홍어의 삭힌 정도가 임자 마음에 드시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 나온 것들이 줄줄이 불려 나오니 소설가 한창훈 선생도 침을 흘릴 판이다. 이 좋은 안주에 어찌 매정하게 한잔 안 할 수가 있으랴. 청주 잔 부딪치는 소리가 청아해서 듣기 좋다. 국물도 폼만 나는 게 아니라 맛있다. 굴전은 기름기 쫙 뺀 게 꼭 비단 자락 같다. 다 좋지만 마지막에 나온 소금간만 해서 조그맣게 싼 김밥이 제일 좋았다. 다시 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통나무하우스'의 매력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상에 오른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하는 직원들의 응대가 좋았다. 준비한 음식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주방은 넓고 깨끗했고, 홀에는 시나 그림의 편액이 걸려 운치가 있었다. 한자 '壽花福城(수화복성)'을 못 읽어 물었다. '외상사절'이라는 직원의 답변에 웃음보가 터졌다. 이집에는 정말 복이 들어오겠다. 바바리에 머플러 차림 중년 여성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신문을 읽고 있다. 손님까지 품격이 느껴진다.  

 

온천장은 부산 음식의 메카였고 이집은 그 맥을 잇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김은훈 대표에 대한 평을 부탁하니 "시장의 괜찮은 재료는 싹쓸이를 한다. 첫물이어서 가격이 비싸도 개의치 않고 꼭 안주로 올린다" 고 말한다.  

  

김 대표를 주방에서 불러내 인복도 많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대표는 "직원들은 그냥 잘 하지 않는다. 상전으로 모셔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는 "우리 집은 맨투맨으로 누가 뭐 좋아하는지 기억했다 내놓는다. 웰빙식 점심 특선도 아주 맛있다"고 할 말만 다하고 들어간다. 보기 드물게 음식, 사장, 종업원 삼위일체가 되는 집이다. 

 

통나무하우스는 지난 3월에 이전에 있던 곳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통나무하우스'라는 약간 정체불명의 이름만 빼고 다 마음에 든다.  

 

코스 4만·5만 원. 점심 특선 1만 원. 부산 동래구 온천장로 64. 늘봄호텔에서 농심호텔 올라가는 일방통행 길. 영업시간 10:00~22:00. 일요일 휴무. 051-555-8777.

 

 

[이 게시물은 여기부산님에 의해 2014-12-11 10:48:31 부산일보 맛집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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