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이맛집

붉은수염

업종 글쓴이 여기부산
주소 부산 해운대구 우1동 634-14 전화번호 --
등록일 12-07-13 평점/조회수 4 / 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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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붉은 수염'이란 일본 영화가 있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자신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시골 의사 '붉은 수염'이 주인공이다. 가게 이름을 영화에서 따왔다고 했다. 그런데 포털 사이트에서 '붉은 수염'을 검색하면 영화가 아니라 이곳 정보가 더 많다. 일본 거장 감독의 영화보다 더 유명한 이곳의 매력이 궁금했다.

이곳은 생맥주 맛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알고 보니 10년 전 아사히 생맥주를 부산에 처음 들여온 가게가 이 집이었다. 맥주는 개운함을 넘어, 깨끗한 맛이다. 다른 일본식 주점에서도 마시는 똑같은 상표의 술인데, 여기 맥주 맛이 더 좋은 이유는 대체 뭘까?

주방을 책임지는 정준영 대표는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굳이 찾자면 부친이 알려준 대로 장사하기 때문이란다. 해운대에서 우동 가게를 운영했던 부친 정양호 씨는 정 대표에게 '음식은 무조건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 맥주통이나 관을 거의 매일 세척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맥주 맛의 비밀을 알고 나니 술맛이 더욱 좋다.


술집에서 안주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데, 이곳은 안주 맛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 안주로 깔끔한 문어조림이 나올 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스지 오뎅탕을 떠먹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진다.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입에 착 감긴다. 이 국물을 만드는 이는 정 대표의 부친. 오랜 세월 우동 육수를 낸 내공을 고스란히 담았다. 아직 아들에게도 전수하지 않은 비법 중에 비법으로 만든다.

일명 '새우깡'이라 불리는 '새우 가라아게'는 '술 도둑'이다. 튀김옷을 두껍게 입힌 여느 새우튀김과 달리, 작은 새우를 살짝 튀긴 것이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짤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여성이 좋아할 만한 안주다. 숙주나물의 아삭함이 살아 있는 닭고기 숙주 볶음도 별미다.

한 덩치 하는 정 대표의 손끝에서 이런 섬세한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 신선했다. 유도 선수 출신의 우직함 때문이었을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해운대 유흥가에서 10년 동안 '줄 서는 술집'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가게 내부는 이자카야 세트장 같다. 전형적인 일본식 선술집의 모습이면서도, 어딘지 세련됐다. 한 테이블에 작은 칸막이를 쳐서 서로 다른 두 팀이 사용할 때도 있다. 불편하다는 이도 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간혹 즉석 만남(?)의 장으로도 활용된다는 소문이다. 이곳의 술맛이 좋은 이유, 참 많다.

닭고기 숙주 볶음 1만 8천 원, 참새우 가라아게 1만 8천 원, 스지 오뎅탕 2만 원. 영업시간 오후 6시~오전 4시(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우1동 634의 14. 그랜드호텔 뒤편. 051-746-3600.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이 게시물은 여기부산님에 의해 2014-12-11 16:17:51 부산일보 맛집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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